한국 음식에서 마늘을 뺀다는 것은, 한국 음식이 아니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 식탁에서 마늘이 차지하는 자리. 그것은 다른 향신료들과 다른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파처럼 바닥을 깔지도, 후추처럼 마무리를 하지도 않습니다. 한국에서 마늘은 맛의 뼈대 그 자체입니다.
김치 양념의 첫 자리
김치 한 통의 양념을 만든다고 생각해 봅니다. 고춧가루, 멸치액젓, 새우젓, 생강, 그리고 — 마늘. 이 다섯 중 어떤 것을 빼도 김치는 김치이지만, 마늘을 빼면 발효의 깊이가 사라집니다. 마늘의 알리신은 발효 과정에서 다른 양념과 만나며 김치의 단단한 맛을 빚어냅니다.
배추김치 한 포기에 약 한 통의 마늘이 들어갑니다. 한 가정이 1년에 김장 80포기를 한다면 — 한 가족이 김치만으로 1년에 마늘 80통을 먹는 셈입니다.
모든 국·찌개의 시작
된장찌개, 김치찌개, 갈비탕, 미역국, 어떤 한국 국이든 — 시작은 마늘 다지기입니다. 한국 어머니의 손에는 거의 항상 마늘 다진 것이 한 그릇 준비되어 있습니다. 냉장고 한 칸의 마늘 보관 자리는 한국 부엌의 표준입니다.
다진 마늘 한 술이 들어가는 순간 음식의 결이 결정됩니다. 양과 시점이 다 다릅니다. 미역국에는 처음부터, 갈비탕에는 끝물에, 찌개에는 중간에. 어머니의 어림이 들어가는 자리입니다.
양념의 4총사 — 마늘·생강·고추·파
한국 음식에서 기본 양념 4총사. 이 중 마늘이 가장 많이, 가장 자주 쓰입니다. 생강은 비린 것을 잡고, 고추는 매운맛을 더하고, 파는 향을 살리고, 마늘은 바탕 그 자체입니다. 다른 셋이 없어도 음식은 만들어지지만, 마늘이 빠지면 어딘가 비어 있는 맛이 됩니다.
생마늘 — 쌈과 회의 자리
마늘은 익히지 않고도 먹습니다. 삼겹살 쌈에 생마늘 한 쪽. 회와 함께 마늘 한 알. 한국 식탁에서만 보이는 풍경입니다. 이탈리아·중국에서도 마늘을 쓰지만 날것 그대로 깨물어 먹는 문화는 한국이 거의 유일합니다.
생마늘의 매운맛은 알리신이 가장 강할 때입니다. 익히면 단맛이 돌고 매운맛이 빠지지만, 날것은 코까지 찡한 매운맛과 진한 향이 한꺼번에 옵니다. 한국 사람들은 그 매운맛으로 기름기를 정리하고, 고기 특유의 향을 잡으며, 입안을 새로 닦습니다.
마늘 장아찌·마늘쫑 — 시간이 만든 맛
봄에 햇마늘이 나오면 마늘 장아찌가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매운 햇마늘을 식초·간장·설탕에 절여 한 달, 두 달, 1년을 두고 먹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운맛이 빠지고 단맛이 돌며 색이 노랗게 익습니다. 한국 식탁에서 발효의 시간이 음식이 되는 한 자리입니다.
마늘쫑은 4월의 짧은 별미. 마늘 줄기를 데쳐서 무치거나, 짭조름하게 볶거나, 장아찌로. 마늘의 부산물이 별개의 음식으로 자리잡은 것은 한국 식문화의 정직한 절약을 보여 줍니다.
단군 신화부터 — 마늘이 한국에 있는 시간
마늘은 한국에 원래부터 있던 작물은 아닙니다. 단군 신화에 마늘과 쑥이 등장하지만 — 학자들은 이때의 마늘이 산달래 같은 야생 마늘일 가능성을 본다고 합니다. 지금의 통마늘은 약 7~8세기경 중국에서 들어왔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들어온 지 1000년이 넘은 작물. 그 1000년 동안 한국 식탁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마늘이 이만큼 자리잡은 곳은 없습니다.
한 통의 무게
한국 사람의 1인당 연간 마늘 소비량은 약 6~7kg. 세계 1위입니다. 매일 한 두 알의 마늘이 식탁 어딘가에 있습니다. 그것이 김치의 한 줄기이든, 국의 바탕이든, 쌈의 한 알이든. 마늘은 한국 음식의 항상 그 자리에 있는 한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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