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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뭘 해 먹지 — 노트 속 2015년의 한 끼와 10월의 무 한 개
노트 한 권에 2015년 6월의 글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은 뭘 해 먹지, 그것이 생의 최대 과제라고 적은 글. 열한 해 뒤 10월 저녁, 거래처 농장에서 받아 온 무 한 개 앞에서 그 글을 다시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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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물 포도 상자는 왜 송이가 성글까 — 올해 마지막 포도를 싸는 농장의 저녁
추석이 지나 거래처 포도 농장에 들렀습니다. 작업장에는 올해 마지막 상자들이 쌓여 있었고, 어른은 끝물이 제일 달다고 하셨습니다. 끝물이라는 말을 오래 생각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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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32년 한가위, 상은 진 쪽이 차렸다 — 『삼국사기』의 가배
한가위의 첫 기록에서, 상은 진 쪽이 차렸습니다. 『삼국사기』에 남은 서기 32년의 가배 이야기를 추석 아침에 다시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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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는 보낸 사람 이름보다 먼저 말을 건다 — 눌린 모서리와 덧붙인 테이프
현관 앞의 상자는 보낸 사람 이름보다 먼저 말을 겁니다. 눌린 모서리, 덧붙인 테이프, 신문지에 싸인 것들의 순서. 포장을 푸는 일은 그 손의 걱정을 읽는 일이었습니다. 택배 상자에 대한 금요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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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아홉 날이 지나고, 일곱 주 만의 편지 — 늦게 차린 한 상
지난 칠월,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마흔아홉 날의 재를 지내고, 일곱 주 만에 다시 편지를 띄웁니다. 시의전서 하권 서문의 한 문장과, 가을 포도 소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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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는 입보다 코에 먼저 도착한다 — 한 솥의 김이 식는 7월 저녁
7월 저녁, 큰 솥이 끓기 시작하면 부엌이 단내로 차오른다. 옥수수는 입보다 코에 먼저 도착하는 음식이다. 솥에서 식탁까지, 김이 식는 그 짧은 사이 — 그해의 여름은 김이 식는 속도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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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속껍질을 사흘 우려 밥을 짓던 날 — 송기밥·칡밥·둥글레밥
소나무 속껍질을 사흘 우려 짓던 송기밥, 칡 앙금을 말려 두르던 칡밥, 향을 빌려 오던 둥글레밥. 쌀이 모자라던 날, 산과 들에서 밥을 빌리던 손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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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구, 모르는 사람과 처음 어깨를 걸던 밤 — 축구와 치맥
2002년 대구, 왜인지 그녀를 찾아 함께 본 경기. 모르는 사람과 처음 어깨를 걸던 밤부터 세계로 번진 치맥, 평일 낮의 2026 월드컵까지 — 스코어와 관계없이 지지 않는 그 밤에 대하여. 쿡톡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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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양념, 같은 솥인데 맛이 다르다 — 손에 남은 한 사람의 시간
같은 양념·같은 불·같은 솥인데도 맛이 다르다. 손맛은 솜씨가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낸 시간이 손에 남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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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뭘 해 먹지 — 노트 속 2015년의 한 끼와 10월의 무 한 개
노트 한 권에 2015년 6월의 글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은 뭘 해 먹지, 그것이 생의 최대 과제라고 적은 글. 열한 해 뒤 10월 저녁, 거래처 농장에서 받아 온 무 한 개 앞에서 그 글을 다시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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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물 포도 상자는 왜 송이가 성글까 — 올해 마지막 포도를 싸는 농장의 저녁
추석이 지나 거래처 포도 농장에 들렀습니다. 작업장에는 올해 마지막 상자들이 쌓여 있었고, 어른은 끝물이 제일 달다고 하셨습니다. 끝물이라는 말을 오래 생각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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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32년 한가위, 상은 진 쪽이 차렸다 — 『삼국사기』의 가배
한가위의 첫 기록에서, 상은 진 쪽이 차렸습니다. 『삼국사기』에 남은 서기 32년의 가배 이야기를 추석 아침에 다시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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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는 보낸 사람 이름보다 먼저 말을 건다 — 눌린 모서리와 덧붙인 테이프
현관 앞의 상자는 보낸 사람 이름보다 먼저 말을 겁니다. 눌린 모서리, 덧붙인 테이프, 신문지에 싸인 것들의 순서. 포장을 푸는 일은 그 손의 걱정을 읽는 일이었습니다. 택배 상자에 대한 금요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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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아홉 날이 지나고, 일곱 주 만의 편지 — 늦게 차린 한 상
지난 칠월,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마흔아홉 날의 재를 지내고, 일곱 주 만에 다시 편지를 띄웁니다. 시의전서 하권 서문의 한 문장과, 가을 포도 소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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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는 입보다 코에 먼저 도착한다 — 한 솥의 김이 식는 7월 저녁
7월 저녁, 큰 솥이 끓기 시작하면 부엌이 단내로 차오른다. 옥수수는 입보다 코에 먼저 도착하는 음식이다. 솥에서 식탁까지, 김이 식는 그 짧은 사이 — 그해의 여름은 김이 식는 속도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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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속껍질을 사흘 우려 밥을 짓던 날 — 송기밥·칡밥·둥글레밥
소나무 속껍질을 사흘 우려 짓던 송기밥, 칡 앙금을 말려 두르던 칡밥, 향을 빌려 오던 둥글레밥. 쌀이 모자라던 날, 산과 들에서 밥을 빌리던 손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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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구, 모르는 사람과 처음 어깨를 걸던 밤 — 축구와 치맥
2002년 대구, 왜인지 그녀를 찾아 함께 본 경기. 모르는 사람과 처음 어깨를 걸던 밤부터 세계로 번진 치맥, 평일 낮의 2026 월드컵까지 — 스코어와 관계없이 지지 않는 그 밤에 대하여. 쿡톡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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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양념, 같은 솥인데 맛이 다르다 — 손에 남은 한 사람의 시간
같은 양념·같은 불·같은 솥인데도 맛이 다르다. 손맛은 솜씨가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낸 시간이 손에 남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