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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寒露) — 이슬이 온도를 얻는 날, 국화만 홀로 핀다
해마다 10월 8일이나 9일에 드는 절기. 백로의 이슬이 빛깔이었다면 한로의 이슬은 온도다. 기러기는 손님으로 오고, 풀과 나무가 다 진 뒤 국화만 홀로 핀다. 들은 타작이 한창이고, 타작 점심상에는 배춧국과 무나물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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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에 벌레는 왜 굴 문을 진흙으로 좁힐까
해마다 9월 22일이나 23일에 드는 절기. 分은 반 — 입추에서 아흔 날, 가을의 한복판이다. 우레가 소리를 거두고 벌레가 굴 문을 진흙으로 좁히는 보름, 부엌은 볕이 짧아지기 전에 말릴 것을 말린다. 애호박이 호박고지가 되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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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에 밉던 비가 백로에는 왜 반가울까 — 흰 이슬이 알려 주는 것
해마다 9월 7일이나 8일에 드는 절기. 낮은 여름인데 밤은 가을이라, 그 온도 차가 새벽 풀잎에 흰 이슬로 맺힌다. 벼는 백로 전에 패어야 하고 백로부터는 여문다 — 처서에 밉던 비가 백로에는 반가운 까닭. 포도의 계절이 여기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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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에 이삭 패는 논은 왜 비를 미워할까 — 더위가 ‘그치는’ 자리의 이름
해마다 8월 22일이나 23일에 드는 절기. 處의 본뜻은 ‘곳’이 아니라 ‘그치다’ — 더위가 그치는 자리라는 이름이다.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보름, 이삭 패는 논에 비가 미움받는 까닭과 볕에 책을 말리던 포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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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도 넘는 날에 달력은 왜 입추라 적을까 — 이름이 먼저 오는 쓸모
해마다 8월 7일이나 8일에 드는 절기. 낮 기온은 삼십 도를 넘는데 달력은 오늘부터 가을이라 적는다. 논은 김매기를 끝내고 한가해지지만, 밭에서는 넉 달 뒤 김장이 될 무와 배추를 심는다. 벼는 이제 여물기 시작해 햅쌀까지 두 달, 뒤주에 남은 것은 지난가을 쌀이다. 가을은 이름부터 온다 — 이름이 먼저 오는 데는 쓸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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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더운 대서가 왜 가을에 가장 가까운 날일까 — 핸들이 뜨거워지기 전 새벽
해마다 7월 22일이나 23일에 드는 절기. 새벽 다섯 시에 트럭을 몰아야 하는 건 핸들이 뜨거워지기 전이기 때문이다. 옛 삼후는 이 절기를 반딧불과 무더위와 큰비로 셌다. 복달임 국물의 이름이 시대마다 달랐던 내력, 콩국수와 화채. 그리고 큰 더위 바로 다음 절기는 입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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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에는 왜 더위를 견디지 않고 틈을 살았을까 — 비 그친 틈의 햇밀 국수
해마다 7월 6일이나 7일에 드는 절기. 장맛비가 그친 틈에 창고 앞에 빈 상자를 내다 말린다. 暑는 형성자로 者는 소리일 뿐 — 뜻은 글자 그대로 덥다는 것. 햇밀과 국수, 민어고추장국, 멍석을 폈다 걷던 옛 마당까지 — 소서의 사람들은 더위를 견딘 게 아니라 틈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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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夏至)의 至는 왜 ‘이른다’가 아닐까 — 여덟 시에도 밝은 볕의 정점
해마다 6월 21일이나 22일에 드는 절기. 저녁 여덟 시에 택배를 마감해도 아직 밝다. 至는 이른다가 아니라 극에 닿는다는 뜻. 모를 다 낸 논, 캐 올린 햇감자, 그리고 비를 기다리던 단양·충주의 기우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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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는 왜 망종 전에 베야 할까 — 거두기와 심기가 겹치는 보름, 망종
해마다 6월 5일이나 6일에 드는 절기. 청매 상자가 처음 도착하고, 논에는 물이 찼다. 芒은 형성자로 亡은 소리일 뿐 — 뜻은 글자 자체의 까끄라기. 『주례』가 벼와 보리를 부르던 이름이 절기가 됐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과 전남의 보리 그을음, 거두기와 심기가 한자리에서 겹치는 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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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小滿)은 왜 ‘작게’ 찼다고 할까 — 햇마늘은 창고에, 매실은 아직 밭에
해마다 5월 20일이나 21일에 드는 절기. 햇마늘 첫 상자가 창고에 들어오고, 매실은 아직 밭에 있다. 滿은 형성자로 㒼은 소리일 뿐 — 뜻은 차오른다는 것. 옛 삼후는 이 절기를 씀바귀와 냉이와 보리로 셌다. 가득 차되 아직 다 차지 않은 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