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 한 접시에서
어느 오후, 한 접시의 익히지 않은 고기에서
한 사람의 결핍이 풀려 나왔다.
음식이 누군가의 결핍에서 시작되는 일이 있다.
익힌 음식을 먹지 못하는 한 사람을 위해 만든 한 접시가 — 한 화가의 이름을 얻고, 한 시대의 형식이 된 길. 카르파초가 그렇다.
의사가 익힌 것을 금한 자리
1950년 베니스의 해리스 바(Harry’s Bar). 그곳의 단골 한 명이 의사로부터 익힌 음식을 먹지 말라는 진단을 받았다.
백작 부인 아말리아 나니 모체니고. 단골을 잃을 수 없었던 주인 주세페 치프리아니가 그날 안심을 종이처럼 얇게 저며 한 접시에 펼쳐 냈다.
그 위에 마요네즈와 우스터소스를 섞은 흰 줄을 한 줄. 한 접시가 완성됐다.
결핍이 한 음식을 부른 순간.
한 사람을 위한 한 접시가
한 시대의 형식이 됐다.
화가의 이름을 빌린 자리
그해 베니스에서는 르네상스 화가 비토레 카르파초(Vittore Carpaccio · 1465~1525)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다.
치프리아니는 그 화가의 그림에서 본 강렬한 빨강 — 안심의 색과 같은 빨강 — 을 떠올렸다.
음식에 화가의 이름을 그대로 얹었다. 음식이 그림이 된 한 폭. 또는 그림이 음식이 된 한 줄기.
한 접시는 그저 음식이 아니라
— 한 시대의 빨강이었다.
결핍이 향기에 이를 때
우리는 종종 음식의 시작을 낭만으로 풀어 낸다. 그러나 카르파초의 시작은 — 익힌 음식을 먹지 못하는 한 사람의 결핍이었다.
한 접시의 향기는 결핍에서 시작된다. 결핍이 온도를 높이고, 그 온도가 한 접시의 결을 빚는다. 그 결이 — 향기다.
주세페 치프리아니는 단골 한 명을 잃지 않으려 했다. 그 한 마음의 온도가 한 접시를 빚었다. 결핍이 기어이 한 시대의 형식에 이른 길.
한 사람의 결핍이 한 마음의 온도를 높이고,
기어이 한 시대의 형식에 이르렀다.
오후 세 시의 한 접시
오후 세 시의 식탁 위에 한 접시의 카르파초를 올려 본다.
얇게 저민 빨강. 그 위에 한 줄의 흰 소스. 루콜라 한 줌. 파르미자노의 결. 올리브유 한 바퀴.
한 접시에는 한 사람의 결핍과, 한 화가의 빨강과, 한 시대의 환대가 한꺼번에 들어 있다. 익히지 않은 한 접시가 — 한 시대의 가장 단단한 형식이 된 한 호흡.
카르파초는 가난의 향기가 아니다.
한 사람의 결핍이 온도를 높이고,
기어이 한 식탁의 환대에 이른 결이다.
— 쿡톡의 편지, 5월의 식탁에서
이 글은 1950년 베니스 해리스 바의 주세페 치프리아니가 백작 부인 아말리아 나니 모체니고를 위해 만든 한 접시, 그리고 르네상스 화가 비토레 카르파초의 빨강에 얽힌 일화를 한 호흡에 모아 다시 적은 것입니다.
이 한 접시의 정직한 결 — 슬라이스·소스·페어링의 깊이는 → 미식 사전 · 카르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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