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김치 두 가지 — 동침이 · 동아섞박지

『시의전서, 다시 차리다』 제1권에서 두 장을 책의 차림 그대로 옮겼습니다. 옛글은 원문 그대로(이미지), 전사·번역·해설은 글로 — 폰에서도 편하게 읽힙니다.

현대어 전사·번역과 해설을 기기 음성으로 낭독합니다.

동침이 冬沈伊 — 썰지 말라, 아직은

하루 절인 통무에 오이·배·유자를 통째 어울려 익히고, 먹을 때에야 썰어 꿀 탄 국물에 석류알과 잣을 흩는 겨울 물김치.

① 옛글 그대로

시의전서 동침이 원문 — 한양 PUA를 표준 유니코드 옛한글로 100% 변환한 옛글 그대로 (쿡톡 전사)
한양 PUA 보존본을 표준 유니코드 옛한글로 100% 변환 · 결락 없음

② 현대어 전사

잘고 모양 좋은 무를 정히 껍질 벗겨 맞추어 절여, 하루 지나거든 정히 씻어 독을 묻고, 어린 외 한데 절여 넣고, 배와 유자 온 채(왼채, 통째) 껍질 벗겨 썰지 말고, 총백(蔥白, 파 흰 밑동) 한 치 길이씩 베어 위를 네 쪽에 내고, 생강 얇게 저민 것과 고추 썬 것 위에 많이 넣고, 좋은 물에 함담 맞추어 가는 체에 밭아 가득히 붓고 두꺼이 봉하여, 익은 후 먹되 배·유자는 먹을 적 썰고, 국에 백청(白淸, 꿀) 타 석류·백자(栢子, 잣) 흩어 쓰라.

③ 현대어 번역

자잘하고 모양 좋은 무를 골라 껍질을 벗기고 알맞게 절인다. 하루 지나면 깨끗이 씻고, 독을 묻는다. 어린 오이도 함께 절여 넣고, 배와 유자는 껍질만 벗겨 통째로 — 썰지 않고 — 넣는다. 파 흰 밑동은 한 치 길이로 잘라 위쪽을 네 갈래로 가르고, 얇게 저민 생강과 썬 고추를 그 위에 넉넉히 얹는다. 좋은 물에 간을 맞춰 가는 체에 밭아 가득 붓고, 두껍게 봉한다. 익은 뒤 먹을 때에야 배와 유자를 썰고, 국물에 꿀을 타 석류알과 잣을 흩어 낸다.

원리

이 조항의 요체는 ‘통째 넣고, 먹을 때 썬다’에 있다. 배와 유자를 미리 썰어 넣으면 향과 단맛이 국물로 다 빠져나가고 과육은 물러진다. 통째로 익히면 국물에는 은은한 향만 배고, 상에 올리기 직전 칼을 대는 순간 과육에 아껴 둔 향이 비로소 열린다. 파 밑동의 위를 네 갈래로 가르는 것은 우러나는 면을 넓히려는 칼집이고, 국물을 가는 체에 밭아 붓는 것은 티끌을 걸러 김칫국을 유리처럼 맑게 지키려는 손질이다. 꿀과 석류와 잣은 익은 뒤에 더한다 — 발효는 발효대로 두고, 단맛과 빛깔은 마지막에 얹는 순서다.

비교

오늘의 동치미가 무와 소금물로 담백하게 서는 김치라면, 시의전서의 동침이는 배·유자·석류·꿀·잣까지 갖춘 잔치 물김치다. 국물에 꿀을 타고 석류알과 잣을 띄우는 마지막 모습은 김치보다 화채에 가깝다. 겨울 과일 저장(배·유자)과 물김치 발효가 한 독 안에서 만난 음식으로, 같은 이름 아래 오늘 우리가 아는 동치미보다 훨씬 성찬(盛饌)의 자리에 있던 김치다.

오늘의 부엌

원문의 골격(하루 절임 · 통째 넣기 · 먹을 때 썰어 꿀·석류·잣)은 그대로 두고, 분량은 오늘 보탬입니다.

  • 절이기 — 작고 단단한 무를 껍질 벗겨 소금에 하루 절이고 씻는다.
  • 안치기 — 절인 오이, 껍질 벗긴 통배·통유자, 네 갈래 낸 파 밑동, 저민 생강, 썬 고추를 무와 함께 담고, 소금물(물 2ℓ에 소금 2큰술쯤)을 체에 밭아 가득 붓는다.
  • 내기 — 서늘한 곳에서 익힌 뒤, 먹기 직전 배·유자를 썰어 돌려 담고 국물에 꿀을 풀어 석류알·잣을 띄운다.

썰지 말라, 아직은. 동침이의 맛은 기다림의 배분이다.

낱말 풀이

  • 冬沈伊(동침이) — 동치미. 겨울 물김치.
  • 왼채 — 온 채, 통째로.
  • 총백(蔥白) — 파의 흰 밑동.
  • 백청(白淸) — 빛이 맑은 꿀.
  • 백자(栢子) — 잣.

동아섞박지 冬苽沈菜 — 열매가 제 몸으로 독이 된다

서리 맞아 분빛이 앉은 큰 동아의 속을 파내고, 그 안에 젓국과 양념을 채워 종이로 봉하는 김치.

① 옛글 그대로

시의전서 동아섞박지 원문 — 한양 PUA를 표준 유니코드 옛한글로 100% 변환한 옛글 그대로 (쿡톡 전사)
한양 PUA 보존본을 표준 유니코드 옛한글로 100% 변환 · 결락 없음

② 현대어 전사

많이 크고 상치 아니하고 서리 맞은 분빛 같은 동과(冬瓜, 동아)를 위를 얕(게) 베고 속을 죄 긁어낸 후, 좋은 조기젓국을 가득히 — 청각·생강·파·고추를 한데 섞어 가루 되도록 나른히 찧어 그 속에 넣고, 동아 베어 낸 딱지를 덮어 맞추고 종이(조희)로 틈 없이 단단히 발라 덮고, 어지(얼지) 아니하는 곳에 세워 두었다가 겨울에 열어 보면 말국이 괴어 나니, 정한 항아리에 쏟고 동과를 썰라. 국에 담가 두고 먹으면 절미(絶味)하니라.

③ 현대어 번역

아주 크고 상하지 않은, 서리를 맞아 겉에 흰 분이 앉은 동아를 고른다. 위쪽을 얕게 도려내고 속을 죄다 긁어낸다. 청각·생강·파·고추를 한데 섞어 가루가 되도록 곱게 찧고, 좋은 조기젓국과 함께 그 속에 가득 채운다. 도려낸 뚜껑을 도로 맞춰 덮고, 종이로 틈 없이 단단히 발라 봉한다. 얼지 않는 곳에 세워 두었다가 겨울에 열어 보면 맑은 국물이 괴어 있으니, 깨끗한 항아리에 쏟고 동아를 썬다. 그 국물에 담가 두고 먹으면 더없이 맛있다.

원리

겨울에 열어 보면 국물이 “괴어 나 있다” — 부은 적 없는 국물이다. 젓국의 소금기가 동아 속살의 수분을 천천히 끌어내니, 익는 동안 열매 안에서 김칫국이 저절로 고인다. 동아는 그릇이면서 동시에 국물의 밑천인 셈이다. 위만 얕게 베어 뚜껑을 살리고 종이로 발라 봉하는 것은 잡균과 공기를 막는 밀봉이고, 서리 맞아 분빛이 앉은 것을 고르라는 첫마디는 잘 여물어 살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오른 동아를 알아보는 눈이다.

비교

앞서 실린 섞박지에서 동아는 여러 재료 중 하나로 독에 들어갔다. 여기서는 관계가 뒤집힌다 — 동아가 독이 되고, 나머지가 그 속으로 들어간다. 같은 열매를 두고 재료와 그릇 사이를 오가는 이 발상의 자유가 침채부의 재미다.

오늘의 부엌

  • 고르기 — 크고 흠 없는 잘 여문 동아(늦가을 것)의 윗부분을 얕게 도려내고 속과 씨를 말끔히 긁어낸다.
  • 채우기 — 청각·생강·파·고추를 곱게 찧어 조기젓국(액젓)과 섞어 속에 가득 붓는다.
  • 봉하기 — 뚜껑을 맞춰 덮고 한지나 종이 테이프로 틈을 발라, 얼지 않는 서늘한 곳(김치냉장고 채소칸도 좋다)에 세워 두 달쯤 둔다. 국물이 고이면 항아리에 옮기고 동아를 썰어 국물에 담가 낸다.

익는 동안 동아는 그릇이었다가, 열리는 순간 다시 음식이 된다.

낱말 풀이

  • 冬苽沈菜(동과침채) — 동아섞박지.
  • 동과(冬瓜) — 동아. 박과의 큰 열매채소.
  • 분빛 — 잘 여문 동아 겉에 앉는 흰 가루 빛.
  • 딱지 — 여기서는 도려낸 뚜껑.
  • 어지 〔추정〕 — ‘얼지’의 표기로 짐작된다(겨울을 나는 자리이므로). 단정하지 않는다.
  • 말국 — 맑은 국물.

이 미리보기는 『시의전서』(是議全書, 19세기 · 저작권 소멸) 상편 「침채(沈菜)」의 원문을 쿡톡이 한 글자씩 직접 판독·전사한 것에 근거합니다. 옛한글은 한양 PUA를 표준 유니코드 옛 표기로 1:1 변환했고 〔?〕는 없습니다. 분량·시간 보충은 ‘오늘의 부엌’의 보탬입니다.

더 읽고 싶다면

제1권에는 장(醬) 다섯 장과 김치 열 장 — 어육침채부터 박김치, 젓무·장아찌까지 — 이 이 차림으로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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