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팥죽 — 동지에 먹던, 붉은 부적
동짓날의 팥죽은 그저 끼니가 아니라, 먹는 부적이었습니다. 붉은빛으로 역귀를 쫓고, 새알심으로 식구의 나이를 세며, 한 해의 액을 막던 죽 — 동지가 ‘작은설’이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
추어죽(鰍魚粥) — 가을 논이 내준 백성의 보양죽
미꾸라지의 한자 추(鰍)는 가을 추(秋)에 고기 어(魚)를 붙인 글자, 곧 ‘가을에 맛이 드는 고기’입니다. 추수 끝난 논에서 잡아 고아 쑤던 추어죽은, 여름내 지친 몸을 추스르던 백성의 보양죽이었습니다. 임금의 타락죽과 나란히 놓고 보면 더 깊어지는 이야기입니다.
-
타락죽(駝酪粥) — 임금에게만 오르던 우유죽
하얗고 묽은 죽 한 그릇이, 한때는 임금에게만 오르던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소주방이 아닌 내의원에서 쑤던 타락죽 — 음식이라기보다 약에 가까운, 우유가 귀하던 시절의 보양죽 이야기.
-
오곡밥 — 다섯 곡식에 담은 한 해의 풍년
정월대보름의 오곡밥에는 다섯 곡식과 다섯 빛깔이 담겨 있습니다. 한 해 농사의 풍년을 비는 밥이자, 다른 성 세 집의 밥을 나눠 먹던 화합의 밥 — 같은 보름의 약밥과 나란히 놓인 우리 절식의 이야기입니다.
-
약밥(藥飯) — 밥에 ‘약(藥)’이 든 까닭
정월대보름의 약밥에는 천 년이 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까마귀가 임금을 구한 삼국유사의 설화, 그리고 꿀을 ‘약(藥)’이라 부르던 옛 습관 — 약밥·약과·약주가 모두 한 이름을 나눠 가진 까닭을 따라갑니다.
-
골동밥(骨董飯) — 비빔밥의 옛 이름
지금의 비빔밥에는 여러 옛 이름이 포개져 있습니다. 그중 가장 멋스러운 이름이 골동밥(骨董飯) — ‘뼈다귀 밥’이 아니라 ‘이것저것 한데 섞은 밥’입니다. 혼돈반에서 골동반, 부븸밥을 거쳐 비빔밥이 되기까지, 한 그릇이 갈아입은 네 이름을 문헌으로 따라갑니다.
-
고추 — 붉은 밥상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김치의 붉은색도, 고추장의 매운맛도 한반도 토박이가 아니다. 아메리카에서 건너와 비교적 최근에야 한국 밥상을 붉게 물들인 고추 — 이름의 오해부터 캡사이신, 김치가 붉어진 날까지. 미식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