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맞이 · 청명(淸明) — 하늘이 맑아지는 절기, 쑥떡과 청명주

봄이 가장 깊어진 자리. 쑥의 향이 한 해 중 가장 깊고, 새 불을 나누던 한식과 붙어 다니는 절기.

하늘이 맑아지는 절기입니다.

봄비가 한 번 지나간 뒤 하늘이 한층 맑아집니다. 청명(淸明) — 봄이 가장 깊어지는 자리, 한 해의 빛이 가장 부드러워지는 마디입니다.

하늘이 맑아진다는 이름이다.

한자 — 맑음과 밝음

청(淸)은 물 수(水)에 푸를 청(靑)을 붙인 형성자입니다. 『설문해자』는 “밝다는 뜻이다. 물이 가라앉아 맑은 모양이다. 水를 따르고 靑이 소리다(朖也. 澂水之皃. 从水靑聲)”라고 했습니다. 靑은 뜻이 아니라 소리입니다. ‘푸른 물’이 아니라 ‘가라앉아 맑아진 물’이 이 글자의 본뜻입니다.

명(明)은 조금 뜻밖입니다. 흔히 해(日)와 달(月)을 나란히 놓아 밝다는 뜻이 되었다고 설명하지만, 『설문해자』가 표제자로 세운 것은 明이 아니라 朙이고, 풀이는 “비추는 것이다. 月을 따르고 囧을 따른다(照也. 从月从囧)”입니다. 囧은 창(窓)입니다. 단옥재는 “月을 따른 것은 달이 해의 빛을 빛으로 삼기 때문이고, 囧을 따른 것은 창으로 환히 드는 밝음의 뜻을 취한 것”이라 했습니다. 창으로 드는 달빛인 셈입니다.

다만 갑골문에는 해와 달을 나란히 둔 자형도 함께 보이고, 오늘 쓰는 明은 『설문해자』가 고문(古文)으로 실어 둔 日 쪽 계열이 굳어진 것입니다. 두 그림이 오래 겹쳐 온 글자입니다. 어느 쪽이든 이 절기의 이름은 정직합니다. 물이 가라앉아 맑고, 빛이 들어 밝은 때.

들녘 — 논밭둑에 첫 손을 대는 때

청명은 양력 4월 4~5일 무렵, 해의 황경이 15도에 닿을 때 듭니다. 이날은 한식의 하루 전날이거나, 때로는 한식과 같은 날이 됩니다. 오늘날의 식목일과도 대개 겹칩니다.

농사력으로 청명 무렵에 하는 일은 논밭둑을 손질하는 가래질입니다. 논농사의 밑준비인 셈입니다.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판을 만드는 일은 다음 절기인 곡우의 몫이라, 농사를 많이 짓는 집에서는 청명과 곡우 사이에 서둘러 일꾼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보리밭은 이미 푸르고, 마늘과 양파의 잎이 한 뼘 더 자라 있습니다.

식탁 — 쑥과 청명주

청명 식탁의 한가운데에 쑥이 있습니다. 갓 올라온 어린 쑥을 캐 떡에 넣거나 국으로 끓이는 절기. 쑥의 향이 한 해 중 가장 깊은 시기입니다. 봄나물의 절정이 지나가는 자리에서, 쑥은 한 박자 늦게 절정에 듭니다.

술로는 청명주(淸明酒)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청명 무렵에 쓰려고 빚은 술로, 『주방문』·『음식보』·『임원경제지』·『양주방』 같은 조선의 요리서에 담그는 법이 실려 있습니다. 찹쌀로 죽을 쑤어 누룩과 밀가루로 밑술을 앉히고, 이튿날 찐 찹쌀을 덧하여 찬 곳에 두었다가 이레 뒤 맑아지면 떠서 썼습니다. 한강 상류의 배가 모이던 충주 일대에서 특히 이름이 났고, 충주 청명주는 지금도 충청북도 무형유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명주와 쑥떡이 만나는 한 끼가, 봄의 가장 부드러운 식탁입니다.

옛 풍속 — 새 불과 찬 음식

청명에 얽힌 가장 또렷한 기록은 불입니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청명조는 “대궐에서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비벼 불을 일으켜 각 관청에 나누어주는데, 이것은 중국의 주나라 이래 당나라·송나라에서도 행하여지던 예로부터의 제도”라고 적었습니다. 임금이 새 불을 내리면 지방의 수령을 거쳐 백성에게까지 나뉘었습니다.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찬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한식(寒食)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다만 김매순의 『열양세시기』는 같은 일을 청명조가 아니라 한식조에 적었고, 실제로 불은 한식 쪽에 더 가까운 일입니다. 청명과 한식은 날짜가 붙어 다니는 탓에 예부터 자주 뒤섞였습니다.

이 즈음 가족이 모여 성묘를 갔습니다. 봄의 성묘가 청명과 한식에 놓인 것입니다. 묘 옆에 한 해의 새 풀이 돋고, 그 위에 봄의 음식을 차렸습니다.

봄이 가장 깊어진 자리에서, 사람은 조상을 찾는다.


다음 절기로

다음 절기는 4월 19~20일 — 곡우(穀雨). 곡식을 자라게 하는 봄비가 내리는 절기입니다.

이 글은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 청명(淸明)에 대한 짧은 안내입니다. 양력 4/4~4/5에 들며, 다음 절기는 4/19~4/20 곡우입니다.

참고: 홍석모 『동국세시기』(1849) 청명조, 김매순 『열양세시기』(1819) 한식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청명」·「청명주」, 국가유산청 충청북도 무형유산 「충주 청명주」, 『설문해자』 및 단옥재 『설문해자주』(淸·朙), 한국천문연구원 역서. 절기 날짜는 해마다 하루 이틀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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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5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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