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단단함은 한 사람의 새벽에서 온다.
의성으로 가는 길은 새벽 다섯 시에 시작됐다. 차 안은 아직 어두웠고, 라디오에서는 흙냄새 같은 트로트가 한 곡 흘렀다. 운전대를 잡고 가는 동안, 나는 이번에 만날 어른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통화로만 닿아 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조금 두근거린다.
한 가족의 한 밭
의성의 한 마을, 낡은 농장 트럭 옆에서 어른과 그 아들이 나를 맞아 주셨다. 아버지는 일흔이 넘으셨고, 아들은 마흔 즈음으로 보였다. 두 사람의 손은 비슷한 모양이었다. 검고, 굵고, 중지 끝이 살짝 굽어 있는 손. 한 밭에서 같은 동작을 오래 반복한 손은 결국 한 모양으로 닫힌다는 걸 그날 알았다.
새벽 작업의 풍경
밭에 들어서면 아직 안 풀린 흙냄새가 먼저 닿는다. 흰 입김이 보이고, 흙 묻은 장갑이 한 줄로 놓여 있다. 가위 소리는 짧고 정확하게 떨어진다. 한 줄을 따라가면서 쪼그려 앉은 두 사람의 등이 천천히 멀어졌다. 한 알을 따고, 흙을 털고, 등급을 가르는 손짓은 거의 음악처럼 일정했다. 그 일정함이 오랜 시간의 결과라는 걸 옆에서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한 알의 무게가 정해지는 자리
아들이 골라낸 한 알을 손에 쥐어 주며 말했다. “이게 1등이고요, 이건 2등이에요.” 두 알이 거의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무게, 단단함, 껍질의 결, 뿌리 자국의 깊이. 그 차이를 알아보는 손이 가격을 결정한다. 그 손이 평생을 그 자리에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한참 뒤에 이해했다.
점심상
일이 한차례 끝나고, 어머니께서 방문 옆 작은 평상에 점심을 내어 주셨다. 흰밥 한 그릇, 마늘장아찌 한 종지, 시금치나물, 된장찌개. 마늘장아찌는 이 집에서 직접 담근 거라고 하셨다. 한 알을 입에 넣으니 매운맛이 사라진 자리에 깊은 단맛이 남았다. 시간은 매운맛을 자기 식으로 익혀 놓는다는 걸 다시 느꼈다.
돌아오는 길에 결정한 것
해가 기울 무렵 의성을 떠났다. 운전대를 다시 잡으며 한 가지를 결정했다. 이 집에서 보내 주시는 마늘은, 1등과 2등을 섞지 않는다. 등급의 차이가 가격의 차이가 되도록 두고, 그 차이를 손님께 정직하게 보여 드린다. 어른과 아들이 평생 손에 익힌 그 차이를, 우리가 흐리게 만들지 않는 일. 그게 그날 내가 의성에서 가져온 한 줄의 약속이었다.
— 쿡톡, 의성에서 돌아오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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