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인데 서리는 아직이고, 추위가 먼저 왔습니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는 철, 허리를 한 번 펴면 그제야 가을이 보입니다.
상강입니다.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인데, 서리는 아직입니다.
하루 먼저 한파주의보가 왔습니다. 추위가 서리보다 앞서 온 가을입니다.
아침 이동길에 넓은 들을 지납니다. 풀은 젖어 있었고, 하얗지는 않았습니다. 상주는 넓은 땅이라 산골 어느 밭에는 내렸을지 모릅니다. 당분간 추위 소식은 없다고 합니다.
논밭과 과수원, 멀리 보이는 산들은 사람이 정한 절기처럼 하루 이틀 사이에 알아차릴 만큼 또렷하게 바뀌지 않습니다. 눈치챌 수 없게 조금씩 달라지다가, 어느 날 문득 다가와 있습니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고 했습니다.
아궁이 옆에 세워 둔 막대기까지 들에 나와 거든다는 말이니, 사람 손이 얼마나 모자랐는지 그 한마디로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궁이도 부지깽이도 드물지만, 손이 모자란 것은 그대로입니다. 공판장 앞길에는 감 상자를 실은 트럭이 줄을 서고, 김장무는 한 달은 더 있어야 한다고 농장에서 말합니다. 끝내는 일과 아직인 일이 한 들에 같이 있습니다.
가을걷이는 허리로 하는 일입니다.
상자를 들어 올리고, 내려놓고, 다시 들어 올립니다. 해는 짧아져서 손은 더 바빠집니다. 하루가 끝나면 손등이 먼저 트고, 다음 날 아침이면 허리가 먼저 일어납니다. 그 사이 밭은 하루씩 비어 갑니다.
그러다 한 번 허리를 폅니다.
그때 보입니다. 산이 어느새 붉고, 공기가 어제와 다르고, 들의 초록이 서리 없이도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일하는 동안은 계절이 안 보입니다. 허리를 펴는 그 잠깐에만 가을이 들어옵니다.
와요, 그냥 울어요.
가을입니다.
노트에 이 문장을 옮겨 적은 가을이 있었습니다. 어디서 온 말인지는 끝내 찾지 못했는데, 가을이면 꺼내 보는 한 줄이 되었습니다. 울 일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허리를 펴고 들을 한 번 둘러보면, 그 말이 왜 가을에 붙는지 알 것 같아서입니다.
서리는 늦고, 가을은 깁니다.
덤비던 부지깽이도 쉬어 갈 틈이 올해는 조금 생겼습니다. 허리를 편 김에 조금 더 서 있어도 되는 저녁입니다.
참고: 속담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는 국립국어원 자료를 따랐습니다. 제목 문장은 쿡톡이 오래 적어 둔 구절로, 정확한 출처를 찾지 못했습니다 — 아시는 분은 알려 주시면 바로잡겠습니다. 절기 날짜는 해마다 하루 이틀 움직입니다.
2026.10.23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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