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맞이

춘분의 分은 왜 두 부품이 다 뜻일까 — 봄도 하루도 반으로 가르는 날

단이가 봄나물을 한 그릇에 모아 무치고 있다 — 춘분, 봄나물이 한창인 절기

해마다 3월 20일이나 21일에 드는 절기. 저녁 여섯 시 반, 포장을 마치고 창고 문을 닫는데 아직 환하다. 分은 드물게 두 부품이 다 뜻인 글자 — 봄을 반으로, 하루를 반으로 가른다. 꽃샘바람과 첫 갈이, 나이떡과 봄나물 한 접시.

저녁 여섯 시 반에 택배 마감을 하고 창고 문을 닫는데 아직 환하다. 한 달 전에는 이 시간에 전등을 켜고 송장을 붙였다. 바람은 아직 겨울 것인데 빛은 봄 것이다.

해마다 3월 20일이나 21일에 드는 절기, 춘분(春分)이다. 올해는 3월 20일 밤 11시 46분에 들었다. 24절기의 넷째, 낮과 밤이 같아진다는 이름의 마디.

나눌 분(分)은 드물게 두 부품이 모두 뜻으로 붙은 글자다. 『설문해자』는 “나누는 것이다. 八을 따르고 刀를 따르니, 칼로 물건을 나누기 때문이다(別也 从八从刀 刀以分別物也)”라고 했다. 위의 八은 숫자 여덟이 아니라 둘로 갈라져 등지는 모양이고 아래는 칼이다. 소리로 붙은 부품이 없는 드문 회의자다. 그러니 춘분은 말 그대로 봄을 갈라놓은 자리다. 입춘에서 입하까지의 봄을 반으로 나누는 지점이면서, 하루를 낮과 밤으로 나누는 지점이기도 하다. 두 번 나눈 글자다.

춘분은 해가 춘분점을 지나는 때, 곧 황경 0도다. 해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적도를 지나는 자리라 이날을 경계로 북반구의 낮이 밤보다 길어진다. 다만 낮과 밤이 같다는 말은 이론상의 이야기다. 실제로는 춘분날 낮이 밤보다 8~9분가량 길다. 대기가 빛을 꺾어 해가 실제보다 조금 높아 보이는 통에 해돋이는 당겨지고 해넘이는 늦춰지기 때문이다. 낮과 밤이 정말로 같아지는 날은 춘분보다 사흘쯤 앞서 지나간다. 창고 문을 닫을 때 환한 것은 그 8~9분의 몫이다.

들녘은 본격적인 채비에 든다. 농가는 한 해의 첫 갈이인 초경(初耕)을 엄숙하게 여겨, 이것을 잘 치러야 한 해를 걱정 없이 난다고 믿었다. 보리밭을 한 번 더 손질하고 철 이른 화초의 씨를 뿌리기도 한다.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앉히는 일은 다음다음 절기 곡우의 몫이다. 요즘 첫 갈이는 트랙터 로터리 소리로 온다. 마을 어느 밭에서 먼저 돌기 시작하면 며칠 안에 이웃 밭이 따라 돈다.

이 무렵은 바람이 많다. “2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 같은 말이 전하는데, 음력 2월 바람이 동짓달 바람만큼 매섭다는 뜻이다. 풍신(風神)이 샘이 나 꽃을 못 피우게 하려고 부는 바람이라 하여 꽃샘이다. 이때는 먼 길 가는 배를 타지 않고 고기잡이도 나가지 않았다. 하우스 비닐이 가장 많이 찢기는 때도 이 보름이다.

부엌 쪽 이야기를 해야겠다. 춘분이 봄나물의 절정이다. 달래·냉이·머위·쑥·미나리가 한꺼번에 나온다. 한 끼에 두세 가지를 같이 무쳐 봄의 빛깔을 한 접시에 모으는 때다. 떡으로는 나이떡이 있다. 송편과 비슷한 모양으로 빚어 온 식구가 모여 제 나이 수대로 먹었다. 본래 나이떡은 춘분의 음식이 아니라 음력 2월 초하루, 곧 머슴날에 먹던 것이다. 그 날짜가 춘분과 비슷한 때에 놓이다 보니 춘분에도 즐겨 먹게 되었다. 두 날은 가깝지만 같지는 않다.

춘분은 명절이 아니고 이날만의 큰 의례도 따로 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날을 잡아 조상을 찾는 자리는 보름 뒤 청명과 한식이었다. 대신 춘분은 농가의 날이었다. 해가 가장 공평하게 서는 자리에서 한 해 농사를 여는 것. 첫 갈이를 엄숙히 치르고, 바람을 가늠하고, 배를 물에 띄우지 않는 것. 화려하지 않은 대신 앞뒤가 분명하다.

다음 절기는 청명(淸明), 올해는 4월 5일이다. 하늘이 맑아지는 절기. 봄이 가장 깊어지는 자리에 다다른다.

반으로 가른 자리에서 하루는 빛 쪽으로 기운다. 창고 문을 닫는 손이 그걸 먼저 안다.

참고: 절기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24절기 입기 시각 자료, 分의 자의는 『설문해자』, 농사·바람·나이떡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춘분·머슴날 항목). 절기 날짜는 해마다 하루 이틀 움직입니다.

이 계절, 더 깊이

2026.03.21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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