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모자라던 날의 밥

소나무 속껍질을 사흘 우려 짓던 송기밥, 칡 앙금을 말려 두르던 칡밥, 향을 빌려 오던 둥글레밥. 쌀이 모자라던 날, 산과 들에서 밥을 빌리던 손의 이야기입니다.

소나무의 속껍질을 벗겨, 물에 사흘을 우립니다. 떫은 물이 빠지면 햇빛에 말리고, 방아에 찧어 잘게 부숩니다. 다시 폭 삶아 붉은 물을 따라내고, 그제야 솥 밑에 깔아 쌀 한 줌을 얹습니다. 송기밥 — 소나무 껍질로 짓는 밥은, 그 한 그릇을 얻기까지 며칠이 걸립니다.

쌀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 보릿고개를 건너던 사람들은 산과 들에서 밥을 빌렸습니다. 소나무 속껍질을 우리고, 칡을 찧어 앙금을 앉히고, 둥글레를 캐어 썰었습니다. 모자란 쌀에 이런 것들을 더해, 한 줌의 쌀이 더 오래 식구를 먹이도록 ‘밥의 숨’을 늘린 것입니다.

칡밥은 칡의 껍질을 벗겨 돌로 찧고, 물에 담가 가라앉은 앙금만 말려 가루를 냅니다. 그 가루를 솥 가장자리에 두르고 소금을 약간 넣어 밥을 안칩니다. 둥글레밥은 그보다 수고롭지 않으면서도 구수합니다 — 둥글레를 다듬어 삶고 썰어 솥 밑에 깔면, 쌀이 그 향을 빌려 옵니다. 옛 기록은 둥글레밥을 두고 ‘아주 구수하고 맛이 있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 밥들을 별미라 부릅니다. 솔잎과 칡, 둥글레는 건강식의 이름으로 식탁에 오릅니다. 그러나 같은 밥이, 누군가에게는 겨울을 건너는 양식이었습니다. 별미와 끼니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한 줌의 쌀을 어떻게든 더 오래 나누려던 손길 — 그 안에 담긴 건 가난만이 아니라, 식구를 먹이려는 정성이었을 겁니다. 밥은 그렇게, 모자랄 때 가장 깊어졌습니다.

그 모자라던 날들을 지나, 지금 우리는 쌀을 골라 먹습니다. 흔해진 밥 앞에서 가끔, 한 그릇을 얻기까지 며칠을 들이던 손을 떠올립니다. 가장 검소한 밥에, 가장 긴 손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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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6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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