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맞이 · 하지(夏至) — 낮이 가장 길어지는, 한 해 볕의 정점

해마다 6월 21일이나 22일에 드는 절기. 낮이 14시간 35분 — 한 해 중 가장 길어 해가 좀처럼 지지 않는다. 至는 이른다가 아니라 극에 닿는다는 뜻. 모를 다 옮긴 논 위로, 햇감자가 올라오는 들녘 위로 가장 긴 볕이 내린다. 단양·충주의 기우제 기록과 햇감자의 첫 밥상까지.

하지는 해마다 6월 21일이나 22일에 든다. 2026년에는 6월 21일.
낮이 일 년 중 가장 길어, 해가 좀처럼 지지 않는다.

망종에 모를 다 옮겨 심은 논은 이제 어린 모가 뿌리를 내려 푸르게 자리 잡았다. 같은 무렵, 밭에서는 햇감자가 막 캐어 올라오고, 의성·남해의 마늘과 양파는 수확을 마친다. 들녘의 거두고 심는 일이 한 차례 지나간 자리 위로, 일 년 중 가장 긴 볕이 내린다.

하지는 그러니까 더위의 한복판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 해 볕이 가장 길고 높아지는 정점이다. 夏(여름 하)에 至(이를 지). 여기서 至는 그저 이른다는 뜻이 아니라 극에 닿는다는 뜻이다. 자전이 이 글자에 붙인 새김이 지극하다인 까닭도 거기 있다. 여름의 어디쯤이 아니라, 낮의 길이가 더 갈 데 없는 자리에 닿는 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하지를 망종과 소서 사이, 음력 5월, 양력 6월 21일께(해에 따라 22일)로 적고, 이날 낮 시간이 14시간 35분으로 한 해 중 가장 길다고 밝혔다. 정오의 태양 높이도,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이날이 가장 많다. 24절기 중 열 번째다. 이날을 지나면 낮은 다시 조금씩 짧아진다.

거두고 심은 들녘 위의 가장 긴 볕

하지는 들녘이 한숨 고르는 마디다. 백과사전은 남부지방 농촌에서 단오를 전후해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이전이면 모두 끝난다고 적었다. 봄에 심은 감자가 알을 채워 올라오고, 마늘과 양파는 잎이 쓰러져 수확을 끝낸다. 거두는 일과 심는 일이 한 차례 지나간 뒤, 어린 벼가 가장 긴 볕을 받아 키를 키우기 시작한다.

들녘 — 햇감자·모·마늘의 다른 시간

같은 6월 하순에, 밭에서는 햇감자가 흙을 털며 한 해의 첫 감자로 올라오고, 물 댄 논에서는 어린 모가 푸르게 뿌리를 내리고, 의성·남해의 마늘밭과 양파밭에서는 수확이 끝나 빈 자리가 드러난다. 그리고 경북·충북의 복숭아밭에서는 첫 물복이 향을 내기 시작한다 — 한 절기 안에 여러 작물의 다른 시간이 함께 흐른다.

부엌 — 햇감자의 첫 밥상

하지 무렵 부엌에는 햇감자가 든다. 백과사전은 강원도 지역에서 파삭한 햇감자를 캐어 쪄 먹거나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 먹는다고 적었다. 간장에 조려도 좋고, 된장찌개에 넣으면 모양이 무너지지 않는다. 한 해 감자 농사의 첫 얼굴이 식탁에 오르는 때다. 갓 거둔 햇보리로 보리밥을 짓고 보리차를 끓이던 자리도 이 무렵이다.

옛 풍속 — 비를 비는 한 주

옛 농가에서 하지는 비를 기다리는 절기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옛날 농촌에서는 흔히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고 적었다.

기록으로 남은 사례는 구체적이다.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용부원리에서는 하지까지 기다려도 비가 오지 않으면 이장이 제관이 되어 용소에 가서 기우제를 지냈고,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에서는 한강 지류의 소 안 용바위에서 소를 잡아 바위에 피를 칠하고 소머리를 물속에 넣었다. 이때 키로 물을 까불어 비 내리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비는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흉내 내는 것이었다.

모를 다 심어 놓고 물이 마르면 한 해 농사가 흔들린다. 그래서 하지가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산다, 하지 지나 열흘이면 구름장마다 비다 같은 말이 전한다. 어느 세시기에 실렸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논에 물을 대고 지키느라 물꼬 곁을 떠나지 못하던 한 주의 마음은 그 말에 그대로 남아 있다.

다음 절기로

하지 — 한 해 볕이 가장 길고 높은 정점이다. 이날을 지나면 낮은 다시 조금씩 짧아지지만, 땅이 머금은 열기는 이제부터 쌓여 본격적인 더위로 향한다.

다음 절기는 7월 7일 무렵 — 소서(小暑). 작은 더위라는 이름 그대로, 여름의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마디다. 장마가 들고, 밭에는 여름 채소가 한창 오른다.

이 글은 24절기 중 열 번째 절기 하지(夏至)에 대한 짧은 안내입니다. 양력 6/21~6/22에 들며, 다음 절기는 7/7 무렵 소서입니다.

참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하지」(『사시찬요』·『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충남·충북편 인용). 본문의 두 속담은 널리 전하나 1차 세시기에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절기 날짜는 해마다 하루 이틀 움직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음식, 그 너머의 이야기를 편지로

스팸 없이, 매주 금요일 편지 한 통만 보냅니다.

2026.06.21 — cooktalk

댓글

댓글 남기기

cooktalk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