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사전 · 애호박 — 마트의 ‘애호박’은 둘이다

매대의 ‘애호박’은 사실 둘이다. 진짜 애호박(동양종 Cucurbita moschata)과 주키니·돼지호박(페포종 C. pepo). 다 자라면 청둥호박이 될 살을 가장 연한 때에 거둔 것 — 품종·진주 주키니 산지·영양·고르기·보관·조리까지 여름 호박을 깊이 들여다본다.

여름 반찬의 가장자리에는 늘 애호박이 있다.
된장찌개에 썰어 넣고, 새우젓에 볶고, 부쳐서 전으로 — 모나지 않게 어디에나 스며든다.

애호박은 연하다. 칼이 부드럽게 들고, 불에 닿으면 금세 물러진다. 그 무름이 흠 같지만, 실은 애호박의 성질이다. 다 자라기 전, 아직 어릴 때 따기에 살이 연하고 단맛이 돈다. 그래서 오래 끓이는 음식보다 살짝 익혀 내는 자리에 어울린다.

애호박은 — 더 정확히 말하면, 동양종 호박(Cucurbita moschata)의 덜 익은 열매다. 다 자라 누렇게 익으면 청둥호박이 되는 바로 그 호박을, 어릴 때 따 먹는 것이다. 오이·참외·수박과 같은 박과(科) 식물이고, 청둥호박과 한 뿌리다. 같은 열매의 어린 시절과 나이 든 시절이 다른 이름으로 식탁에 오른다.

마트의 ‘애호박’은, 실은 둘이다

매대에서 ‘애호박’이라는 이름표를 단 것은 사실 두 가지다. 하나는 진짜 애호박 — 동양종 호박(Cucurbita moschata)의 어린 열매로, 연녹색에 꼭지와 표면에 잔털이 있고, 끝이 살짝 잘록하다. 단맛과 부드러움이 앞서고 수분이 많아, 열을 가하면 쉬 물러진다. 다른 하나는 주키니(돼지호박) — 북미가 고향인 페포호박(Cucurbita pepo)으로, 곧은 원통형을 끝까지 유지하고 살이 단단해 저장성이 좋다. 종(種)부터 다른 채소가, 같은 이름으로 나란히 팔린다.

주키니는 여름보다 겨울에 존재감이 크다. 경남 진주의 금곡·대곡 일대가 이름난 주키니 산지인데, 지하수를 쓰는 수막재배로 길러 11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낸다. 진주시는 이 무렵 전국 출하량의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대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노지 애호박이 귀한 겨울과 이른 봄에는, 주키니가 ‘애호박’ 자리를 메우기도 한다.

구별은 어렵지 않다. 잘록한 목과 잔털, 연한 살이면 애호박이고, 굵기가 고른 원통에 매끈하고 단단하면 주키니다. 볶음이나 찌개에 부드럽게 풀어지길 원하면 애호박을, 모양을 살려 굽거나 오래 익히려면 주키니를 고르면 된다.

사철 나오지만, 제철은 여름

애호박은 시설재배 덕분에 일 년 내내 나온다. 서울마디호박·불암사철애호박·미소호박처럼 사철 따도록 개량된 품종이 많아, 한겨울에도 매대를 지킨다. 그러나 노지에서 해를 받고 자란 애호박의 제철은 역시 여름이다. 햇볕을 먹고 자란 여름 애호박은 단맛이 더 또렷하다.

연한 살에 담긴 것

애호박은 수분이 많고 열량이 낮으면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 칼륨, 식이섬유를 지닌다. 베타카로틴은 몸 안에서 비타민A로 바뀌는데, 비타민A는 어두운 곳에서 시각 적응과 피부·점막 형성에, 비타민C는 결합조직 형성과 철의 흡수에, 칼륨은 체내 물과 전해질 균형에, 식이섬유는 원활한 배변 활동에 필요한 영양성분이다. 살이 연해 이유식이나 죽에도 오래 쓰였다. 다 자란 청둥호박만큼 베타카로틴이 진하진 않지만, 부드러움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고르는 법

연녹색이 고르고 윤기가 돌며, 굵기가 일정한 것이 좋다. 손에 쥐어 단단하고 묵직하며, 꼭지가 마르지 않고 싱싱한 것을 고른다. 끝이 지나치게 굵거나 빛이 누렇게 도는 것은 너무 자라 씨가 굵고 속이 무를 수 있다. 표면에 상처나 무른 자국이 없는지 살펴본다.

보관 — 마르기 전에

애호박은 수분이 많아 마르면 금세 시들고, 너무 차가워도 물러진다. 한 개씩 종이로 싸 비닐에 담아 냉장고 채소칸에 두고, 며칠 안에 먹는 편이 낫다. 쓰다 남은 것은 잘린 단면이 마르지 않게 랩으로 감싸 둔다. 길게 보관하려면 도톰하게 썰어 말려 호박고지로 두면, 겨울에 나물로 되살아난다. 옛 부엌이 여름 호박을 겨울까지 늘려 쓰던 방법이다.

먹는 법 — 살짝, 연하게

애호박은 오래 끓이기보다 살짝 익혀야 제 맛이다. 반달로 썰어 새우젓에 볶으면 단맛이 살고, 된장찌개에 넣으면 국물에 부드럽게 풀린다. 도톰하게 썰어 밀가루·달걀옷을 입혀 부치면 호박전이 되고, 채 썰어 부침개에 넣으면 연한 단맛이 돈다. 무르는 성질을 흠으로 두지 않고, 그 부드러움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애호박을 다루는 요령이다.

흔하고 연해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애호박은 여름 식탁의 부드러운 한 켜다. 다 자라기 전에 따, 가장 연한 때를 먹는다.

다 자라면 청둥호박이 될 살을, 가장 연한 때에 거둔다. 그 무름이 곧 애호박의 맛이다.

이 글은 애호박의 박과 식물학·애호박과 주키니(동양종·페포종)의 차이·사철 품종과 여름 제철·진주 주키니 산지·영양·고르는 법·보관과 호박고지·조리의 요령을 다룬 정보 백과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식품·영양 정보이며, 특정 질환의 진단·치료·예방과 무관합니다.

참고: 진주시 특산물 안내(주키니 호박), 농촌진흥청 농사로 호박 품종 자료. 생산·출하 통계는 연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함께 읽기 → 오이 · 가지

음식, 그 너머의 이야기를 편지로

스팸 없이, 매주 금요일 편지 한 통만 보냅니다.

2026.06.29 — cooktalk

댓글

댓글 남기기

cooktalk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