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7월 22일이나 23일에 드는 절기. 새벽 다섯 시에 트럭을 몰아야 하는 건 핸들이 뜨거워지기 전이기 때문이다. 옛 삼후는 이 절기를 반딧불과 무더위와 큰비로 셌다. 복달임 국물의 이름이 시대마다 달랐던 내력, 콩국수와 화채. 그리고 큰 더위 바로 다음 절기는 입추다.
새벽 다섯 시에 트럭 시동을 건다. 여섯 시만 넘어도 핸들이 뜨거워 손수건을 감아야 한다. 복숭아 상자에 아이스팩을 넣고 테이프를 붙이는 손이 벌써 미끄럽다. 아홉 시 전에 끝내지 못한 일은 저녁으로 넘긴다. 낮은 비워 두는 시간이 됐다.
해마다 7월 22일이나 23일에 드는 절기, 대서(大暑)다. 올해는 7월 23일 새벽 4시 13분에 든다. 24절기의 열두째, 큰 더위라는 이름의 마디.
큰 대(大)에 더울 서(暑). 어려운 글자가 아니다. 暑는 열기이고, 그 열기를 크기로 둘로 나누어 작은 쪽에 小를, 큰 쪽에 大를 붙였을 뿐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대서를 소서와 입추 사이, 음력 6월, 태양의 황경이 120도가 되는 때로 적고, 이 시기는 대개 중복 때이며 더위가 심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하지에 길어졌던 낮은 다시 조금씩 짧아지지만 더위는 지금이 정점이다. 한 해에서 가장 더운 며칠이 이 마디에 모인다.
옛날 중국에서는 대서부터 입추까지를 닷새씩 셋으로 끊어, 초후에는 썩은 풀이 변하여 반딧불이 되고, 중후에는 흙이 습하고 무더워지며, 말후에는 큰비가 때때로 내린다고 했다. 백과사전이 대서 항목에 옮겨 둔 그대로다. 가장 더운 절기의 마지막 닷새에 큰비를 놓아 둔 것이 눈에 걸린다. 실제로 그랬다. 같은 항목은 소서 때부터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동서로 걸쳐 큰 장마를 이루는 때가 자주 있다고 적었다. 큰 더위와 큰비가 한 절기에 함께 든다.
들녘의 논은 한창이다. 모를 낸 벼가 가장 더운 볕을 받아 키를 키우고 이삭 밸 준비를 한다. 볕이 약해도 안 되고 너무 뜨거워도 잎이 탄다. 백과사전은 이 무렵의 들일로 밭김과 논밭두렁 잡초 베기, 퇴비 장만을 꼽았다. 밭에서는 수박과 참외가 단물을 가장 깊이 채우고 고추가 붉어지기 시작한다. 같은 사전이 적어 둔 한 줄이 재미있다. 과일은 이때가 가장 맛이 나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오히려 단물이 없어지고 가물었을 때 과실 맛이 난다고. 특히 수박은 가뭄 뒤에 가장 제맛을 낸다. 복숭아도 같다. 장마 끝에 며칠 볕을 본 과육이 가장 달다. 가장 매서운 더위가 가장 단 열매를 익힌다.
부엌 쪽 이야기를 해야겠다. 대서의 부엌은 더위와 맞서지 않는다. 가장 더운 철에 뜨거운 것을 먹는 복달임이 이 무렵이다. 다만 그 국물의 이름은 시대마다 달랐다. 19세기 세시기들이 적은 복날의 상차림은 개장국이었고, 그것을 소고기로 번안한 육개장이 뒤를 이었으며, 삼계탕이 여름 복달임의 앞자리에 앉은 것은 20세기 후반의 일이다. 그 계보는 복달임 편에서 따로 짚었다. 지금의 상에는 삼계탕이 오른다. 햇마늘과 대추, 인삼을 넣은 닭 한 마리를 오래 고아 땀을 흘리며 먹는다. 육개장과 추어탕도 같은 자리에 선다. 불 앞에 오래 서기 어려운 날에는 찬 것이 부엌을 채운다. 콩을 삶아 갈아 만든 콩국수, 얼음 띄운 미숫가루, 수박과 참외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화채. 요즘 이 집 대서의 점심은 대개 찬 국수다. 새벽에 일하고 낮에 쉬는 철이라 불을 켜는 건 해 진 뒤다. 뜨거운 솥과 차가운 그릇이 하루 안에 오간다.
대서에는 “염소뿔도 녹는다”는 말이 전한다. 단단하기로 이름난 염소뿔마저 늘어질 만큼 덥다는 뜻이다. 1차 세시기에서 출처를 찾지는 못했으나, 더위의 크기를 재는 자로 이만한 말이 없다.
다음 절기는 입추(立秋), 올해는 8월 7일이다. 가을이 선다는 뜻이다. 한낮은 여전히 뜨겁지만 아침저녁 바람의 결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큰 더위라는 이름의 바로 다음 절기가 입추다. 더위가 가장 깊은 날이 가을이 가장 가까운 날이기도 하다. 새벽 다섯 시의 시동은 더위를 피하는 일이면서, 가을 쪽으로 하루를 조금씩 옮기는 일이기도 하다.
참고: 절기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24절기 입기 시각 자료, 삼후·농사·과일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대서 항목, 『사시찬요초』 인용), 복날 음식의 계보는 19세기 세시기와 음식사 연구 서술(복달임 편). “염소뿔도 녹는다”는 널리 전하나 1차 세시기에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절기 날짜는 해마다 하루 이틀 움직입니다.
이 계절, 더 깊이
- 소서(小暑) — 비 그친 틈에 드는, 작은 더위
- 입추(立秋) — 가을은 이름부터 온다
- 복달임 — 복날의 국물은 세 번 바뀌었다
- 콩국수 — 본디 소금 간이었다
2026.07.22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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