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톡의 편지

서기 32년 한가위, 상은 진 쪽이 차렸다 — 『삼국사기』의 가배

한가위 밤 부엌, 개수대 앞에 등을 보이고 서서 설거지하는 사람과 식탁 위 쟁반에 남은 송편

한가위의 첫 기록에서, 상은 진 쪽이 차렸습니다. 『삼국사기』에 남은 서기 32년의 가배 이야기를 추석 아침에 다시 읽습니다.

오늘은 한가위입니다.

어느 집 부엌에는 새벽부터 기름 냄새가 배어 있고, 어느 집 쟁반에는 식은 송편 몇 알이 남아 있을 겁니다. 상을 차린 사람과 상에 앉은 사람이 따로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한가위를 처음 적은 기록에도, 상을 차린 쪽이 따로 있었습니다.

1145년에 엮은 『삼국사기』 신라본기, 유리 이사금 9년 조. 서기 32년의 일입니다.

왕은 도성의 여섯 부를 둘로 나누고, 두 왕녀에게 한쪽씩 여자들을 이끌게 했습니다. 음력 7월 16일부터 날마다 아침 일찍 큰 부의 뜰(大部之庭)에 모여 삼을 삼았고, 밤 10시 무렵에야 흩어졌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냈습니다.

至八月十五日 考其功之多小 負者置酒食 以謝勝者
8월 15일에 이르러 그 공이 많고 적음을 따져, 진 쪽이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쪽에 사례하였다. (쿡톡 옮김)

그러고는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가 벌어졌고, 사람들은 그것을 가배(嘉俳)라 불렀습니다. 오늘의 ‘한가위’를 이 가배에서 찾는 풀이가 많습니다.

한가위의 첫 기록에서, 상은 진 쪽이 차렸습니다.

한 달 내내 손끝이 부르트도록 삼을 삼고, 그 끝에 술을 거르고 음식을 장만한 사람들. 기록은 그날 진 편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며 “회소, 회소” 하고 탄식했다고 적었습니다. 그 소리가 슬프고도 고와서, 뒷사람들이 소리를 따 노래를 짓고 회소곡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노랫말은 전하지 않습니다. 진 쪽에서 나온 탄식 하나가 이름으로 남았을 뿐입니다.

이천 년 가까이 지난 오늘도 한가위 상은 누군가 먼저 부엌에 서야 차려집니다. 누구에게 진 것도 아닌데, 전을 뒤집고 나물을 무치고 마지막에 수저를 놓습니다.

오늘 저녁 상을 물릴 때, 개수대 앞에 누가 서 있는지 한 번 보셔도 좋겠습니다.

한가위는 처음부터, 진 쪽이 차린 상이 잔치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참고: 『삼국사기』 권1 신라본기1 유리 이사금 9년 조(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원문 번역은 쿡톡이 했습니다. ‘가위’의 어원은 여러 풀이가 있어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2026.09.25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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