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 감은 상자 안에서 시간이 홍시로 만듭니다. 이제 막 감을 따기 시작한 10월 상주, 공판장 앞을 오가는 감 상자 트럭, 그리고 감은 따셨느냐는 오래된 안부.
떫은 감은 따서 바로 먹지 않습니다. 상자에 담아 서늘한 데 두고 잊어버립니다. 며칠 뒤 열어 보면 단단하던 감이 주황색 물주머니가 되어 있습니다. 홍시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만듭니다.
떫은맛은 감 속에 녹아 있던 탄닌이 혀에 닿아 나는 맛입니다. 감이 익으면서 탄닌이 물에 녹지 않는 꼴로 뭉치면 혀에 걸리지 않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숨은 것입니다.
10월 중순의 상주. 마을 감나무에서 이제 막 감을 따기 시작했습니다. 농협 공판장 앞길에는 감 상자를 싣고 드나드는 트럭이 줄을 잇습니다. 올해는 작황이 좋지 않습니다. 가지마다 달린 수가 눈에 띄게 적습니다.

오래된 편지 한 통에서 이런 안부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다들 잘 계시지? 감은 따셨는가? 감을 몇 상자 땄느냐는 말이 아닐 겁니다. 꽃 지고, 장마와 태풍을 지나, 열매가 아직 가지에 남았느냐는 물음입니다. 적게 달린 해에도 그 물음은 줄지 않습니다.

적게 달린 감도 상자 안에서는 똑같이 기다립니다. 올해 홍시는 조금 귀하겠습니다.
감 따는 철이 막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묻습니다. 감은 따셨습니까.
2026.10.16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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