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맞이

우수(雨水)의 이름은 왜 비가 아니라 눈 녹은 물일까 — 대동강 물 풀리는 때

단이가 달래 한 줌을 들고 냉이 바구니를 안고 있다 — 우수, 얼음이 풀리고 초목이 깨어나는 절기

해마다 2월 18일이나 19일에 드는 절기. 하우스 비닐 안쪽에 맺혔던 물방울이 아침에 줄을 그으며 흘러내린다. 雨와 水는 둘 다 그림 글자 — 이름은 비가 아니라 눈 녹은 물 쪽이다. 우수·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과, 봄동 끝물에 냉이·달래가 겹치는 상.

아침에 하우스 문을 열면 비닐 안쪽에 맺혀 있던 물방울이 줄을 그으며 흘러내린다. 지난주까지는 안쪽이 하얗게 얼어 있었다. 마당 수도 호스도 꺾으면 꺾인다. 얼음이 물이 되는 데 하룻밤이면 된다.

해마다 2월 18일이나 19일에 드는 절기, 우수(雨水)다. 올해는 2월 19일 새벽 0시 52분에 들었다. 24절기의 둘째, 입춘에서 보름.

우수는 스물넷 가운데 가장 단순한 이름이다. 두 글자 모두 그림에서 곧장 온 상형자라 따로 뜯어볼 부품이 없다. 비 우(雨)는 하늘에서 물이 내리는 그림이다. 『설문해자』는 “물이 구름에서 내리는 것이다. 一은 하늘을 본떴고 冂은 구름을 본떴으며, 물방울이 그 사이에 떨어진다(水从雲下也 一象天 冂象雲 水霝其閒也)”라고 풀었다. 맨 위 가로획이 하늘, 그 아래 덮인 획이 구름, 안쪽 네 점이 빗방울이다. 물 수(水)도 물이 흐르는 모양을 그린 글자다. 그러니 이 절기의 이름은 비와 물을 나란히 놓은 것뿐인데, 뜻은 조금 더 좁다. 하늘에서 새로 내리는 비라기보다 얼었던 눈이 녹아 물이 된다는 쪽이다. 날이 풀린다는 말이다.

들녘의 흙이 한 번 풀린다. 새벽엔 다시 살얼음이 끼지만 한낮 볕에 흙 표면이 부풀어 오르고 무너진다. 농가는 이 즈음 거름을 한 번 더 내고 겨우내 미뤄 둔 연장을 손본다. 볍씨를 담그는 일은 아직 두 달쯤 뒤다. 요즘은 손보는 연장이 호미보다 관리기와 예초기다. 창고 앞에 꺼내 놓고 시동을 걸어 보는 소리가 마을에 하나둘 들리기 시작하는 때가 우수 무렵이다. 봄비가 한 번 지나가면 들녘 빛깔이 바뀐다. 마른 가지에 물기가 돈다.

부엌 쪽 이야기를 해야겠다. 봄동은 12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 오는 나물이라 우수에는 끝물로 접어든다. 단맛은 깊어졌고 잎은 조금 억세졌다. 그 자리에 냉이·달래·쑥의 첫 잎이 겹친다. 입춘에 한 숟갈씩 들이던 봄이 한 그릇씩 들어오는 상이다. 끝물과 첫물이 한 상에 오르는 보름이 우수다.

이 절기에 붙은 가장 유명한 말이 “우수·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다. 평양의 대동강처럼 북쪽에서도 이맘때면 얼음이 녹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춥던 날씨도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누그러진다는 말이다. 서도 소리 「수심가」에도 “우수 경칩에 대동강이 풀리더니 정든 님 말씀에 요 내 속 풀리누나” 하는 대목이 있다.

옛 책은 우수의 보름을 닷새씩 셋으로 나누어 살폈다. 첫 닷새에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닷새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닷새에는 초목에 싹이 튼다고 했다. 강이 풀리자 물고기가 올라오고, 추운 곳의 새가 더 추운 쪽으로 돌아가고, 그러고 나면 싹이 튼다. 순서가 그럴듯하다. 다만 이것은 중국의 물후(物候)를 옮겨 온 것이라 우리 들녘과 늘 맞아떨어지지는 않았다. 농가가 실제로 본 것은 하늘보다 흙이었다.

다음 절기는 경칩(驚蟄), 올해는 3월 5일이다. 잠든 것이 깨는 절기. 흙이 한 번 흔들리고, 동면하던 벌레와 개구리가 깨어난다.

얼음은 하룻밤에 물이 되지만, 물이 봄이 되는 데는 보름이 더 든다.

참고: 절기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24절기 입기 시각 자료, 雨·水의 자의는 『설문해자』, 농사와 삼후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우수 항목, 『사시찬요』 인용), 속담은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 절기 날짜는 해마다 하루 이틀 움직입니다.

이 계절, 더 깊이

2026.02.19 — cooktalk

댓글

답글 남기기

cooktalk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