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포도와 10월의 포도는 다른 과일이다. 캠벨얼리에서 거봉으로, 레드클라렛에서 샤인머스켓으로 — 한 계절 안에서 바통이 넘어간다.
과일 가게 앞에서 포도를 보고 그냥 “포도”라고 부른다. 그런데 8월 초에 놓인 포도와 10월에 놓인 포도는 이름도, 빛깔도, 먹는 방법도 다르다. 한 계절 안에서 바통이 넘어가고 있다.
계절표
품종마다 익는 때가 다르다. 재배 방식(노지·비가림·하우스)과 그해 날씨에 따라 앞뒤로 움직이므로, 아래는 대략의 순서로 읽는 편이 좋다.
| 대략의 때 | 품종 | 생김새와 먹는 법 |
|---|---|---|
| 여름 중반 | 캠벨얼리 | 검붉고 알이 작다. 껍질을 벗기고 씨를 뱉는다 |
| 여름 중후반 | 거봉 | 알이 크고 검보라색. 껍질을 벗겨 먹는다 |
| 여름 끝 | 루비스위트 | 붉고 씨가 없다. 껍질째 먹는다. 레드클라렛의 자매 품종 |
| 여름 끝~가을 초 | 레드클라렛 | 붉고 씨가 없다. 껍질째 먹는다 |
| 가을 | 샤인머스켓 | 연둣빛에 씨가 없다. 껍질째 먹는다 |
계절표를 읽으면 값의 움직임도 따라 읽힌다. 어느 품종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때가 그 품종이 가장 싼 때이고, 앞뒤로 비켜선 품종은 그만큼 덜 흔하다.
껍질을 벗기는 포도, 껍질째 먹는 포도
포도를 가르는 가장 큰 선은 색이 아니라 껍질이다.
캠벨얼리와 거봉은 껍질이 알에서 잘 벗겨진다. 입에 넣고 알맹이만 밀어 넣은 뒤 껍질을 뱉는 그 방식이 오래된 포도의 문법이었다. 거봉은 일본에서 육성된 대립계 품종으로, 석원조생과 센테니얼을 교배해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알이 크고 즙이 많은 대신 씨가 남는다.
샤인머스켓과 레드클라렛은 껍질이 얇고 알에 붙어 있어 그대로 씹는다. 뱉을 것도 골라낼 것도 없다. 한 알이 한 번의 호흡만큼 짧아진 셈이다.
먹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은 상 앞에 머무는 시간이 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껍질을 벗기고 씨를 고르던 저녁은 길었고, 껍질째 먹는 저녁은 짧다.
붉은 포도가 늘고 있다
최근 몇 해 사이 붉은빛에 씨가 없고 껍질째 먹는 포도들이 잇따라 나왔다.
레드클라렛은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이 육성한 품종이다. 베니바라드와 샤인머스켓을 교배해 만들었고, 씨가 없으며 껍질이 얇아 껍질째 먹는다. 수확기가 샤인머스켓보다 이르다는 점이 재배하는 쪽에서는 중요하다. 한 품종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기를 비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교배에서 나온 자매 품종 루비스위트는 그보다 한 달쯤 앞서 8월 하순 무렵에 익는다. 한 부모에서 난 두 품종이 시간표를 나눠 받은 셈이다.
써니돌체도 시장에서 볼 수 있다. 일본 우에하라포도연구소가 육성한 붉은 품종으로, 레드클라렛과는 다른 품종이다. 둘 다 “붉은 샤인머스켓”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일이 있어 헷갈리기 쉽다. 사는 쪽에서는 품종명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수출되는 포도의 지도
한국 포도는 꽤 오래전부터 국경을 넘고 있다. 경상북도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전국 포도 수출액 1,782만 달러 가운데 경북이 1,601만 달러로 89.8퍼센트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경북의 증가율은 44.2퍼센트로, 전국 증가율 26.5퍼센트를 웃돌았다.
수출되는 포도의 99퍼센트 이상은 샤인머스켓이고, 가는 곳은 대만·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 스무 나라 남짓이다. 주로 재배되는 곳으로는 상주·김천·영천·영주·경산이 꼽힌다. 이 블로그가 있는 상주도 그 지도 안에 있다.
수출용으로 키운다는 말에는 뜻이 하나 더 있다. 나라 밖으로 나가는 과일은 크기와 모양, 색의 균일함까지 기준을 맞춰야 한다. 그 기준을 맞추려고 밭에서 손이 여러 번 더 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준에 들지 못한 포도가 남는다. 알이 조금 작거나, 송이 모양이 덜 반듯하거나, 색이 고르지 않은 것들. 맛이 아니라 생김새로 갈린 포도들이다. 어느 밭에나 그런 몫이 있다.
계절표를 한 번 보고 나면, 같은 자리에 놓인 포도들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름이 다르고, 익는 때가 다르고, 걸어온 길이 다르다.
참고: 한국무역협회 무역뉴스(2026.7.27, 경상북도 자료 인용), 경상북도농업기술원 레드클라렛·루비스위트 품종 소개, 우에하라포도연구소 품종 자료. 수확 시기는 재배 방식과 그해 날씨에 따라 달라집니다. 품종의 교배 내력은 자료에 따라 연도가 다르게 적혀 있어 연도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2026.08.04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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