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는 어디로 갔나 — 씨 없는 포도가 만들어지는 법

씨 없는 포도는 씨가 없는 품종이라서만 씨가 없는 것이 아니다. 꽃이 피기 전과 개화 뒤, 두 번의 손이 들어간다.

샤인머스켓 한 알을 입에 넣고 씹으면 그만이다. 뱉을 것도, 골라낼 것도 없다. 이 편리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씨가 없는 데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품종 자체가 씨를 맺지 않는 경우다. 톰슨시드리스 같은 오래된 무핵 품종들이 여기 속한다.

다른 하나는 씨가 생기는 품종을 씨 없게 만드는 길이다. 우리가 시장에서 만나는 씨 없는 포도는 대부분 이쪽이다. 샤인머스켓도 본래는 씨가 생기는 품종이다. 지베렐린이라는 식물호르몬을 쓰는데, 이때 중요한 건 두 번 처리한다는 점이다.

꽃이 필 무렵에 한 번 처리하면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씨가 맺히지 않는다. 그런데 씨가 없으면 알이 제대로 크지 않으므로, 꽃이 다 핀 뒤 열흘에서 보름 사이에 한 번 더 처리해 알을 불린다. 첫 처리를 꽃이 피기 전에 하느냐 만개 직후에 하느냐는 품종과 농가에 따라 다르다.

순서로 적으면 이렇다.

  • 1차 — 꽃 필 무렵: 수정을 막는다 → 씨가 없어진다
  • 2차 — 꽃이 다 핀 뒤 열흘에서 보름: 알을 키운다 → 생기가 살아난다

두 번 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수천 송이를 일일이 다루는 일이라 그 기간에는 밭에서 사람이 떠나지 못한다.

지베렐린은 식물이 스스로 만들어 쓰는 생장 호르몬이기도 하다. 병충을 죽이는 약제가 아니라 자라는 속도를 조절하는 물질이다.

송이를 솎아낸다

알을 크게 키우려면 손이 한 번 더 간다. 한 송이에 달린 알 중 몇을 일부러 잘라낸다. 남은 알이 햇빛과 양분을 더 받게 하는 것이다.

상자를 열었을 때 보이는 반듯한 송이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자란 모양이 아니다. 손이 여러 번 오간 결과다.

한 송이의 반듯한 모양 뒤에는 누군가의 새벽과 손끝이 오래 붙어 있다.

그래서 값이 갈린다

씨 없는 포도가 씨 있는 포도보다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다. 품종값이 아니라 들어간 손의 값이다. 처리 두 번, 송이 솎아내기, 그리고 수확까지 알을 다치지 않게 다루는 일까지.

반대로 캠벨얼리처럼 씨를 그대로 두는 포도는 그만큼 손이 덜 간다. 값이 싸다는 것이 덜 좋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방식으로 자란 과일일 뿐이다.

씨가 사라진다는 건 조금 이상한 일이다. 자연이 남겨 둔 흔적 하나를 사람이 조용히 거두어들이는 일이니까. 그 위에 놓인 단맛을 우리는 아주 쉽게 먹는다.

참고: 농촌진흥청·충청북도농업기술원 포도연구소의 생장조정제 이용 자료. 처리 시기와 횟수는 품종·지역·재배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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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4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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