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톡의 편지

시장에 자두가 처음 보이면 손끝이 붉어졌다 — 6월 저녁, 흰 분 내려앉은 껍질

자두 — 신문지 위에 쏟아 둔 6월 자두 한 봉지

6월 어느 저녁, 시장 한쪽에 자두가 처음 보이기 시작한다. 짙은 붉음. 흰 분이 얇게 내려앉은 껍질. 손안에 들어오는 둥근 크기.

6월 어느 저녁, 시장 한쪽에 자두가 처음 보이기 시작한다.

짙은 붉음. 흰 분이 얇게 내려앉은 껍질. 손안에 들어오는 둥근 크기.

한 봉지를 들고 돌아오는 길이면 향보다 먼저 색이 눈에 들어온다.

자두는 냄새보다 붉음이 먼저 도착하는 과일이다.

어릴 적 어머니는 자두를 늘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오셨다. 봉지를 식탁 위에 내려놓으면 안쪽 비닐이 벌써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잘 익은 것들은 서로 부딪히는 사이에도 즙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어머니는 봉지를 풀어 신문지 위에 자두를 쏟아 두셨다. 붉은 것, 자줏빛이 도는 것, 아직 푸른 기운이 남은 것들이 한데 섞여 있었다.

그 풍경만 보면 아, 이제 여름이구나 싶었다.

한 알을 베어 물면 껍질 안에서 즙이 먼저 터졌다. 입가를 따라 흐르고, 손끝은 금세 끈적해졌다.

어린 나는 그 감촉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손이 끈적한 채로 남는 것도 싫었고, 새콤한 맛이 갑자기 올라오는 것도 낯설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한 알만 더 먹어 봐.”
“이게 여름 맛이야.”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은 자두 이야기라기보다 계절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자두는 짧다.

6월 끝 무렵 시장에 들어왔다가 7월이 깊어지기 전에 금세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인지 자두는 오래 두고 먹는 과일 같지 않다. 냉장고에 넣어 천천히 꺼내 먹기보다, 한 봉지를 사 와 저녁 한때에 함께 먹는 과일에 가깝다.

자두가 식탁에 오르는 날이면 식구들은 괜히 한자리에 오래 앉게 되었다.
“이건 좀 시다.”
“이건 달다.”
“이건 내일 먹어야겠다.”

한 알씩 권하며 그날의 이야기들도 함께 오갔다.

생각해 보면 자두는 과일이라기보다 짧은 여름 저녁 풍경이었다.

한 봉지 안에서도 익음의 결은 모두 달랐다. 초록빛이 남은 것, 붉게 익은 것, 거의 자줏빛에 가까운 것까지.

어머니는 봉지를 펼쳐 놓고 그 안에서 먼저 먹어야 할 것과 하루 더 둘 것을 자연스럽게 골라내셨다. 나는 늘 신기했다. 어머니 손은 한 봉지 안에서도 계절의 속도를 구분해 냈다.

후무사, 대석, 태양. 나중에야 자두에도 여러 이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것은 단단하고 새콤했고, 어떤 것은 과육이 무르며 단맛이 깊었다. 태양은 작지만 가장 짙은 붉음을 가졌고, 후무사는 한입 깨물면 여름의 신맛이 먼저 올라왔다.

하지만 어릴 적의 나는 그 이름들을 알지 못했다. 그저 어머니가 봉지 안에서 가장 먼저 골라 건네주시던 한 알을 받아먹었을 뿐이다.

지금 와 생각하면 어머니는 늘 가장 잘 익은 것을 먼저 내게 주셨던 것 같다.

자두는 참 짧은 과일이다. 시고, 달고, 금세 지나간다.

한국의 여름은 길다. 매미가 울고 또 울고, 폭염이 7월부터 8월 끝까지 이어진다. 그 긴 계절 안에서 자두만은 유독 빠르게 왔다가 빠르게 사라진다.

한 봉지가 비워질 즈음이면 식탁 위에는 자두씨 몇 개와 붉게 물든 휴지와 끈적한 손끝만 남는다. 그리고 그 저녁도 어느새 조금 지나가 있다.

나는 가끔, 자두 봉지를 풀었을 때 안쪽이 이미 붉어져 있던 그 저녁을 떠올린다.

그건 단지 비닐봉지가 아니라, 한철의 여름이 천천히 번져 가던 색이었던 것 같다.

2025.06.25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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