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한 알이지만, 땅이 바뀌면 그 알이 들어가는 음식의 결이 모두 달라진다.
마늘은 거의 모든 대륙에서 자라고, 거의 모든 음식 문화에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어떻게 쓰는지는 나라마다 완전히 다릅니다. 같은 한 알의 마늘이 한국·중국·이탈리아·스페인에서 어떻게 다른 음식이 되는지 — 한 알의 여행을 따라가 봅니다.
한국 — 바탕
한국에서 마늘은 기본 양념. 하루 거의 모든 끼니에 들어갑니다. 다지고, 갈고, 절이고, 굽고. 1인당 연 6~7kg, 세계 1위. 마늘 없이 한국 음식은 비어 있는 맛이 됩니다.
중국 — 향과 화력
중국 음식에서 마늘은 기름과 함께 시작합니다. 웍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한 줌 넣고, 곧장 강한 화력으로 볶기. 향을 기름에 옮기는 첫 단계입니다. 한국이 생마늘로 매운맛을 직접 쓴다면, 중국은 기름에 녹인 마늘 향을 즐깁니다.
또 하나 — 중국은 통마늘 그대로 요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늘 한 통째로 흑식초에 절인 라바수안(腊八蒜), 새해 음식 중 하나. 흰 마늘이 시간이 지나며 에메랄드 빛 초록으로 변하는 발효 음식입니다.
지역마다 매우 다릅니다. 사천은 마늘 매운맛을 적극적으로, 광동은 부드럽게, 산둥은 생마늘을 즐겨 먹습니다. 산둥성은 한국과 비슷하게 날 마늘을 깨물어 먹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 향만 빌림
이탈리아 음식에서 마늘은 주연이 아닙니다. 그저 향만 빌립니다.
대표적인 예 — 알리오 올리오.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한 두 쪽 넣고, 갈색이 되기 전에 꺼냅니다. 마늘 향이 옮겨진 기름만 파스타에 입힙니다. 마늘 자체는 먹지 않거나, 먹어도 한 두 쪽.
또는 마늘 한 쪽을 반으로 가른 단면으로 빵의 안쪽에 문지릅니다 (브루스케타). 마늘이 빵에 닿는 그 짧은 시간만 향이 옮겨갑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마늘이 안 들어간 음식 같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마늘입니다. 이탈리아 1인당 연간 마늘 소비량 약 0.5kg. 한국의 약 14분의 1입니다.
스페인 — 익힌 마늘의 단맛
스페인은 마늘을 푹 익혀 단맛을 냅니다. 대표적인 음식이 솝 데 아호(마늘 수프) 또는 감바스 알 아히요(마늘 새우 요리).
감바스에서는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얇게 썰어 가득 넣고 천천히 익힙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마늘을 살짝 갈색으로 익혀 단맛을 끌어냅니다. 한국식 알싸한 매운맛과는 정반대 결입니다.
스페인의 라스 페드로녜라스 자줏빛 마늘(Ajo morado)은 보호 원산지 표시(DOP)가 붙은 명품 마늘. 보랏빛 껍질이 특징이며, 익혔을 때 단맛이 가장 진하다고 합니다.
그 외 — 인도·중동·미국
인도. 마늘은 거의 모든 카레의 기본. 생강과 함께 진저-갈릭 페이스트(생강과 마늘을 함께 갈아 만든 인도 요리의 기본 양념)로 만들어 보관합니다. 향신료 중 바탕에 가깝습니다.
중동. 툼(Toum). 마늘과 올리브 오일·레몬으로 만든 흰 소스. 양파마늘 마요네즈처럼 빵에 발라 먹습니다. 마늘이 주연인 드문 음식.
미국. 마늘은 양식의 양념으로 들어옵니다. 다만 분말 마늘(garlic powder)이 흔합니다. 한국·중국처럼 생마늘을 매일 다지지는 않습니다.
한 알이 도착하는 곳
같은 한 알의 마늘이 — 한국에서는 국의 바탕, 중국에서는 기름의 향, 이탈리아에서는 문지른 자국, 스페인에서는 익은 단맛, 인도에서는 카레의 페이스트가 됩니다.
작물 하나가 들어가는 그 길이, 그 식문화 전체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한국 식탁의 마늘 한 알은 — 그 결이 바탕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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