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밥 — 다섯 곡식에 담은 한 해의 풍년

표제어

오곡밥 — 찹쌀·수수·조·팥·콩 등 다섯 곡식을 섞어 지은 밥. 정월대보름의 절식. 궁중에서는 오곡수라라 불렀습니다.

한 해 농사의 풍년을 비는 밥. 다섯 곡식, 다섯 빛깔.

정월대보름 저녁이면, 갖은 곡식을 섞어 지은 오곡밥이 묵은나물과 함께 상에 오릅니다. 첫 보름달이 뜨는 밤, 한 해의 농사와 복을 비는 우리 절식입니다. 흔한 흰밥 대신 여러 곡식을 일부러 섞은 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다섯 곡식, 다섯 빛깔

오곡밥은 찹쌀·수수·조·팥·콩 같은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짓습니다(구성은 지역과 집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여러 곡식을 한데 넣는 것은, 그해 모든 곡식 농사가 두루 잘되기를 바라는 뜻입니다. 또 황·청·백·적·흑 다섯 빛깔의 곡식을 골고루 먹어, 오행의 기운을 고루 받는다는 의미도 함께 담겼습니다. 한 그릇 안에 한 해의 들녘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약밥의 서민판 — 같은 보름의 밥

정월대보름에 보름밥을 짓는 풍속은 신라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삼국유사』는 소지왕을 구한 까마귀에게 보답하고자 보름에 약식(약밥)을 지어 제사했다고 전합니다. 다만 약밥은 꿀과 대추·밤·잣 같은 귀한 재료가 드는 음식이라, 형편이 넉넉지 않은 집에서는 여러 잡곡을 섞은 오곡밥으로 대신했다고 합니다. 같은 보름의 밥이되, 하나는 귀한 별식으로, 하나는 두루 나누는 밥으로 갈라진 셈입니다.

나눠 먹어야 좋은 밥 — 보름의 풍속

오곡밥에는 유난히 ‘나눔’의 풍속이 많습니다. 보름날에는 성(姓)이 다른 세 집 이상의 밥을 나눠 먹어야 그해 운이 좋다고 하여, 이웃끼리 오곡밥을 주고받았습니다. 여러 씨족이 한솥의 밥을 나누며 화합한다는 뜻입니다. 또 그날 하루 동안 아홉 번에 걸쳐 조금씩 나눠 먹으면 좋다고도 했습니다. 겨우내 말려 둔 묵은나물, 김이나 취에 밥을 싸 먹는 복쌈, 부럼 깨기가 이 보름상에 함께 올랐습니다.

풍년을 비는 한 그릇

오곡밥은 결국 ‘골고루’와 ‘나눔’의 밥입니다. 곡식을 골고루 섞어 풍년을 빌고, 이웃과 나눠 먹어 복을 나눕니다. 한 해의 첫 보름달 아래, 사람들은 밥 한 그릇에 농사의 바람과 공동체의 마음을 함께 담았습니다. 가장 소박한 잡곡밥이, 가장 넉넉한 마음을 품은 밥이었습니다.

곁들임 · 정월대보름 보름상

  • 오곡밥 = 다섯 곡식을 섞어 풍년을 비는 밥.
  • 약밥 = 꿀과 대추·밤·잣을 넣은 보름의 귀한 별식.
  • 묵은나물 = 겨우내 말려 둔 아홉 가지 나물.
  • 복쌈·부럼 = 김·취에 밥을 싸 먹고, 견과를 깨물어 한 해 무탈을 비는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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