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맛 사전 · 간 — 혀에서는 맛, 마음에서는 담력

표제어

—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소리를 여러 표제어로 나누어 싣는다. 그 가운데 둘. ① 간1 [한자 표기 없는 표제어] 음식물에 짠맛을 내는 물질. 소금, 간장, 된장 따위를 통틀어 이른다. 또는 음식물의 짠 정도. ② 간8 [肝] 가로막 바로 밑 오른쪽에 있는 기관.

같은 소리, 다른 표제어. 혀에서는 맛이 되고, 마음에서는 담력이 된다.

찌개가 끓는 동안, 국자로 한 술 떠 입에 댄다. 싱거우면 소금을, 진하면 물을 더한다. 이 짧은 동작을 우리는 ‘간을 본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소리의 ‘간’이, 전혀 다른 자리에서 또 쓰인다 — ‘간이 크다’, ‘간이 콩알만 해지다’처럼.

혀의 간 — 짠맛을 맞추는 일

음식의 ‘간’은 한자 없이 홀로 선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낱말을 한자 표기를 달지 않은 표제어 ‘간1’로 올리고, ‘음식물에 짠맛을 내는 물질. 소금, 간장, 된장 따위를 통틀어 이른다’, 또 ‘음식물의 짠 정도’로 풀이한다. 그래서 간을 보고, 간이 맞고, 간이 세거나 싱겁다고 한다. 같은 재료라도 간이 맞아야 비로소 맛이 산다 — 요리에서 간은 마지막 한 끗이자, 사실상 전부에 가깝다.

肝 — 담력이 깃든 곳

또 하나의 ‘간’은 한자 肝, 곧 몸의 장기다. 사전은 이 말을 ‘간8(肝)’이라는 별개의 표제어로 세워 둔다. 옛말 ‘애’를 두고 흔히 ‘간의 순우리말’이라 하지만, 우리말샘은 ‘애’를 창자·쓸개·간의 옛말로 두루 올려 두었다. 배 속 장기를 딱 갈라 부르기보다 뭉뚱그려 이르던 말에 가깝다는 뜻이다. ‘애간장이 녹는다’의 그 애이고, 오늘날 표준국어대사전에 남은 ‘애’의 뜻은 이미 ‘초조한 마음속’ 쪽으로 옮겨 가 있다.

옛사람이 마음의 일을 배 속 장기에 빗댄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 자리가 꼭 간 하나였던 것은 아니다. 한의학은 노여움(怒)을 간에 붙이고, 결단과 배짱은 쓸개(膽)에 붙였다. ‘담력(膽力)’의 담이 바로 쓸개이고, 간과 쓸개를 한데 묶은 ‘간담(肝膽)’이 ‘간담이 서늘하다’로 살아 있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니 ‘간이 크다’가 왜 하필 간을 골랐는지는 사전도 어원을 밝혀 두지 않았다. 다만 대담하면 ‘간이 크다’, 몹시 겁먹으면 ‘간이 콩알만 해지다’나 ‘간이 떨어지다’ 하는 말들이 오래 쓰여 왔고, 그 간이 혀의 간과는 다른 표제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같은 소리, 두 갈래

그래서 ‘간’이 들어간 말은 어느 쪽 간인지를 보면 뜻이 또렷해진다. ‘간을 보다’, ‘간이 맞다’, ‘간이 세다’는 혀의 간 — 맛의 일이다. ‘간이 크다’, ‘간이 콩알만 해지다’는 肝 — 몸과 마음의 일이다. 그 사이에 걸친 말도 있다.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먹는 일을 말하면서 장기의 간을 끌어온 표현이다. 사전이 두 표제어의 뿌리가 같은지 다른지를 밝혀 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오늘의 한국어는 이 한 소리에 맛과 담력을 나란히 얹어 두었다.

간을 맞춘다는 것

간을 맞춘다는 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하는 일이다. 소금이 한 꼬집만 많아도 짜고, 한 꼬집만 적어도 밍밍하다. 좋은 간은 재료의 맛을 덮지 않고, 그 맛을 또렷하게 세워 준다. 어쩌면 마음의 일도 그렇다 — 너무 세지도 너무 싱겁지도 않은, 알맞은 자리를 찾는 일. 음식의 간을 맞추듯, 우리는 매일 어딘가의 간을 맞추며 산다.

곁들임 · 우리 부엌의 간을 맞추는 것들

  • 소금 — 가장 곧은 간. 재료의 맛을 그대로 세운다.
  • 간장 — 짠맛에 감칠맛을 더하는 발효의 간.
  • 된장 — 구수함까지 얹는 깊은 간.
  • 액젓·새우젓 — 삭힌 감칠맛으로 간을 맞추는 우리식 비법.

혀의 간이든 마음의 간이든, 결국 ‘알맞음’을 향한 말이다. 너무 세면 짜고, 너무 여리면 싱겁다. 음식도 사람도, 간이 맞을 때 가장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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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국립국어원). 어원 정보가 없는 낱말은 단정하지 않고 풀이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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