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맛 사전 · 시원하다 — 뜨거운데 시원하다는 말

    뜨거운 국물에 ‘시원하다’는 모순이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이미 ‘뜨거우면서 속을 후련하게 하는’ 뜻을 적어 두었다. 옛말 ‘싀훤ᄒᆞ다’로 거슬러 올라가, 온도가 아니라 후련함이 기준인 이 말의 결을 읽는다.


  • 말맛 사전 · 익다 — 음식도 사람도, 익는 데는 시간이 든다

    고기가 익고, 김치가 익고, 낯이 익고, 손에 익는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둘을 동사와 형용사, 따로 된 표제어로 갈라 두었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설익은 것이 무르익기까지 시간이 든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 말맛 사전 · 식객(食客) — 밥을 먹는 손님, 그 뜻이 흘러온 길

    식객은 글자 그대로 ‘밥을 먹는 손님’입니다. 『사기』 맹상군열전이 적은 식객 삼천의 인재였다가, 사전에서는 얹혀 얻어먹는 사람으로, 지금은 우리말샘이 새로 실은 미식가의 뜻으로 — 밥을 사이에 두고 세 번 자리를 옮긴 말의 이야기.


  • 말맛 사전 · 간 — 혀에서는 맛, 마음에서는 담력

    국 간을 보다, 간이 크다. 같은 소리 ‘간’이지만 사전은 둘을 서로 다른 표제어로 나누어 싣는다. 혀의 간은 한자 없이 선 말이고, 肝은 몸의 장기 — 마음의 일을 배 속에 빗댄 말들이 여기 모인다. 한국어는 같은 소리에 맛과 담력을 함께 얹었다.


  • 말맛 사전 · 우러나다 — 우러난 것은, 짜낸 것과 다르다

    국물이 우러나다, 진심이 우러나다. 사전은 한 동사 안에 두 뜻을 나란히 싣고, 우리말샘은 그 뿌리를 15세기의 동사 ‘울-’에서 찾는다. 둘 다 억지로 짜낼 수 없고, 시간이 들어야 비로소 배어 나온다.


  • 말맛 사전 · 삭히다 — 음식은 삭히고, 마음은 삭인다

    홍어를 ‘삭히다’, 분을 ‘삭이다’. 한 끗 차이의 두 말을 사전은 모두 ‘삭다’의 사동사로 적어 둔다. 음식은 삭혀서 깊어지고, 마음은 삭여서 가라앉는다 — 기다림이 만든 맛의 이야기.


  • 말맛 사전 · 감칠맛 — 입에 감겨 떠나지 않는 맛

    ‘감칠맛’은 사전에서 ‘감칠-맛’으로 끊긴다 — 동사 ‘감치다’의 관형사형에 ‘맛’이 붙은 꼴. 입에도 마음에도 감도는 말이다. 바다 건너 ‘우마미’, 과학의 ‘글루탐산’과 같은 자리에서 만나는 다섯째 맛의 이야기.


  • 말맛 사전 · 식구(食口) — 함께 먹는 입, 가까운 사람의 다른 이름

    식구는 한 집의 먹는 입이다. 그런데 食口는 한문에도 있던 말이고, 그쪽 뜻은 오히려 ‘먹여야 할 입’에 가깝다. 같은 두 글자가 한국어에서 걸어간 다른 길을, 식솔·동거자와의 차이와 함께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