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어
감칠맛 — ① 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 ②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표준국어대사전) 오늘날에는 단맛·짠맛·신맛·쓴맛에 이은 다섯째 기본 맛을 가리키는 말로도 쓴다.
사전은 이 말을 ‘감칠-맛’으로 끊어 싣는다. 동사 ‘감치다’의 관형사형 ‘감칠’에 ‘맛’이 붙은 꼴로 보는 풀이가 자연스럽다.
혀에 닿는 순간보다, 떠난 뒤에 더 오래 남는 맛이 있다. 국물 한 술, 잘 삭은 간장 한 방울이 입안을 천천히 채우고는 쉬이 가시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감칠맛이라 부른다. 강하게 때리는 맛이 아니라, 슬그머니 감겨 오래 머무는 맛이다.
감치다 — 입에도, 마음에도 감기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감칠맛’을 ‘감칠-맛’으로 끊어 싣는다. 앞머리 ‘감칠’은 동사 ‘감치다’의 관형사형이다 — 사전이 ‘감치다’의 용례로 든 ‘맥주가 입에 감칠 듯하다’의 바로 그 ‘감칠’이다. 사전이 어원을 따로 밝혀 두지는 않았으니 잘라 말할 일은 아니지만, ‘감치는 맛’이 굳은 말로 보는 풀이가 가장 자연스럽다.
그 ‘감치다’는 두 갈래로 쓰인다. 사전은 「1」 어떤 사람이나 일, 느낌 따위가 눈앞이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감돌다, 「2」 음식의 맛이 맛깔스러워 당기다로 풀이한다. 마음의 일이 앞에 놓이고 맛의 일이 뒤를 따른다. 그래서 ‘국이 감칠맛 난다’고도 하고,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한다’고도 한다. ‘감칠맛’이라는 낱말 자체도 사전에서 두 뜻을 지닌다 — 입에 당기는 맛, 그리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 입에 감기는 것과 마음에 감기는 것을, 우리말은 한 낱말로 묶어 두었다.
우마미 — 바다 건너의 같은 맛
일본어에는 ‘우마미(うま味·旨味)’가 있다. 1908년 도쿄제국대학의 이케다 기쿠나에가 다시마 국물에서 단맛·짠맛·신맛·쓴맛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맛의 정체를 글루탐산에서 찾아내고, ‘맛있다(うまい)’의 어간에 성질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접미사 ‘-미(み)’를 붙여 이름 지었다. 한자 ‘味’를 빌려 ‘旨味’로 적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다만 ‘감칠맛’이 우마미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우마미는 1908년에 한 학자가 새로 지은 이름이고, 감칠맛은 사전이 어원을 따로 적어 두지 않은 오래된 살림의 말이다. 조어의 결도 다르다 — 일본어는 형용사 어간에 접미사를 붙였고, 우리말은 동사의 관형사형에 명사 ‘맛’을 이었다. 태어난 자리는 이렇게 다르되, 두 말이 가리키는 맛은 결국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다섯째 맛 — 과학이 뒤늦게 인정하기까지
오랫동안 사람의 기본 맛은 넷이라 여겨졌다. 감칠맛이 다섯째 기본 맛으로 공인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5년 하와이에서 열린 제1회 우마미 국제 심포지엄에서 ‘umami’가 글루탐산과 핵산의 맛을 가리키는 과학 용어로 받아들여졌다. 수용체가 확인된 것은 그보다 더 뒤다. 2000년 미국 마이애미대학 연구진이 쥐의 미뢰에서 글루탐산에 반응하는 수용체를 찾아냈고, 사람의 감칠맛 수용체(T1R1·T1R3)가 밝혀진 것은 2002년이다. 입이 먼저 알고 있던 맛을, 과학이 한참 뒤에야 증명한 셈이다.
감칠맛의 본향 — 삭히고 곰삭은 것들
감칠맛의 정체는 글루탐산이라는 아미노산이다. 단백질이 미생물에 의해 천천히 분해되면 글루탐산이 자연히 생겨난다. 그래서 오래 삭힌 음식일수록 감칠맛이 깊다. 간장·된장·새우젓·젓갈처럼 한국의 밥상을 받치는 발효식품이 거의 다 감칠맛의 곳간이다. 멸치와 다시마로 낸 육수, 푹 곤 사골국, 잘 익은 김치도 그렇다. 우리는 ‘감칠맛’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훨씬 전부터, 그 맛을 빚으며 살아온 셈이다.
곁들임 · 감칠맛이 깊은 우리 재료
- 다시마·멸치 — 육수의 두 기둥.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이 만나 맛이 곱절로 깊어진다.
- 표고버섯 — 말린 표고의 구아닐산. 채수의 감칠맛을 책임진다.
- 간장·된장 — 콩 단백질이 삭으며 생긴 글루탐산의 곳간.
- 새우젓·젓갈 — 오래 삭힐수록 감칠맛이 짙어지는 발효의 맛.
- 잘 익은 김치 — 발효가 더할수록 시고도 감치는 맛이 깊어진다.
감칠맛은 혀를 세게 때리지 않는다. 다만 천천히 감기고, 오래 남는다. 입에 감겨 떠나지 않는 맛이, 마음에 감겨 떠나지 않는 사람과 같은 말을 쓴다는 것 — 어쩌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좋은 것은 세게 오지 않고, 길게 남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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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맛 사전 · 식구(食口) — 함께 먹는 입, 가까운 사람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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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국립국어원). 어원 정보가 없는 낱말은 단정하지 않고 풀이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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