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 — 한 알에 다섯 맛

가을 산자락, 덩굴지고 붉은 열매가 송이처럼 달린다. 한 알을 입에 넣으면 먼저 시고, 이어 달고, 껍질은 쓰고, 씨는 매운데, 삼키고 나면 어쩐지 짠맛까지 돈다. 한 알에 다섯 맛이다.

이름이 그 맛을 이미 적어 둔다. 오미자(五味子) — 다섯 맛의 열매. 『동의보감』 탕액편 초부(草部)의 오미자 항목은 껍질과 살은 달고 시며, 씨 속은 맵고 쓰고, 다 합치면 짠맛까지 있어 오미자라 부른다고 적었다. 한 가지 맛을 내는 열매는 흔해도, 다섯 맛을 한꺼번에 지닌 열매는 드물다.

붉음은 찬물에서 온다

오미자는 끓이면 안 된다. 끓는 순간 씨와 껍질에서 떫고 쓴맛(탄닌)이 우러나고, 고운 붉은 빛도 열에 칙칙해진다. 그래서 오미자물은 반드시 찬물에 우린다. 말린 오미자를 찬물에 하룻밤 담가 두면, 신맛과 맑고 고운 붉은 빛만 조용히 우러나온다. 차가운 물이 오히려 오미자의 결을 살리는 셈이다.

여름을 띄우는 바탕

그 붉고 새콤한 국물은 여름 음청의 바탕이 된다. 수단의 녹말 옷 입은 떡도, 화채의 제철 과일도 모두 오미자물 위에 뜨면 빛과 맛이 산다. 화채(花菜)의 붉은 바탕도, 식혜·차로 이어지는 변주도 이 한 열매에서 갈라진다. 오미자는 그 자체로 음료이면서, 동시에 여름 한 상의 빛을 맡는 재료다.

제철과 갈무리

오미자는 가을(대체로 8월에서 10월)에 붉게 익어 거둔다. 잘 말려 두면 사철 우려 쓸 수 있어, 한여름의 음청도 지난가을의 마른 열매에서 빌려 온다. 고운 빛을 보려면 알이 고르고 짙게 붉은 것을 고르고, 우릴 때는 씨가 으깨져 쓴맛이 나오지 않도록 세게 주무르지 않는 게 좋다.

다섯 맛을 한 알에 지닌 열매, 그리고 끓이지 않아야 고운 붉음. 오미자는 제 성질을 서두르는 손에게는 좀처럼 내주지 않고, 기다리는 손에게만 맑은 붉음을 보여 준다. 여름의 맑음은, 따고 보면 찬물에서 천천히 우러난 시간이기도 하다.

근거: 다섯 맛에 대한 서술은 『동의보감』(1613) 탕액편 초부(草部) 「오미자(五味子)」 항목을 옮긴 것이다. 옛 문헌의 기록이며 오늘의 의학·영양 정보가 아니다. 원문 대조는 한의학고전DB(mediclassics.kr)에서 할 수 있다. 제철과 찬물 우리기는 한국 음청류 일반 조리에 따랐다.

◆ 제철 한 줄 — 오미자는 가을에 거두어 말려 두면 사철 쓴다. 찬물에 하룻밤, 서두르지 않아야 고운 붉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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