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말 요리책 『시의전서』를 상·하 두 권으로 완역했습니다 — 너비아니·탕평채·수정과의 족보

작년 겨울, 흐릿한 필사본 한 장을 들여다보다가 이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의전서』는 1800년대 말, 이름을 남기지 않은 누군가가 한 시대의 부엌을 통째로 적어 둔 책입니다. 그 일백열 가지 음식 전부를 — 한 글자도 건너뛰지 않고 — 옮긴 책, 『시의전서, 다시 차리다』 상·하 두 권이 함께 나왔습니다. 원전 필사본이 상·하 두 책이었으니, 백삼십여 년 만에 같은 몸으로 다시 차린 셈입니다.

이 책에는 세 개의 층이 있습니다. 맨 위에 옛글 그대로 — 아래아(ㆍ)와 옛 철자를 살린 원문. 그 아래 현대어 전사 — 글자만 오늘의 맞춤법으로. 마지막에 현대어 번역 — 오늘의 문장으로. 원문을 곁에 두고 읽는 책이라, 제가 잘못 읽은 곳이 있다면 독자가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낱말은 벌써 독자의 눈으로 고쳐졌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낯익은 이름들을 만납니다. 너비아니가 있습니다 — “연한 살코기를 얇게 저며 잔칼질하여 갖은 양념에 재워 굽는다”는, 오늘의 불고기로 이어지는 그 문장이요. 탕평채가 있고, 육개장과 닭개장이 나란히 있고, 돼지 순대가 오늘의 순대와 같은 재료로 적혀 있습니다. 동치미 국물에 꿀을 탄 냉면, 콩국수, 곶감과 생강차로 담그는 수정과까지. 오늘 우리 밥상의 족보가 이 두 권 안에 다 있습니다.

부엌의 지혜도 그대로 옮겼습니다. “양념 넣은 구이는 오래 구우면 타서 못 쓴다”, “애호박은 조금씩 볶아 익는 대로 꺼내야 조각이 또렷하다”, “뚜껑을 덮으면 무르고 물이 난다” — 백삼십여 년 전의 문장인데, 오늘 저녁 가스레인지 앞에서도 통하는 말들입니다.

농산물을 파는 사람이 왜 이런 책을 만들었느냐고 물으신다면 — 재료를 다루다 보면 결국 그 재료가 걸어온 길이 궁금해집니다. 쿡톡이 ‘음식, 그 너머의 이야기’를 슬로건으로 삼은 이유이고, 이 책은 그 슬로건의 가장 긴 대답입니다.


📖 『시의전서, 다시 차리다 (상)』 — 장·김치에서 구이·포까지, 일흔두 표제 · 344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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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전서, 다시 차리다 (하)』 — 정과·떡에서 술·전골까지, 서른여덟 표제 + 반상도식 · 256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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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씩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인쇄하는 주문제작(POD) 방식이라, 절판이 없는 책입니다. 정오표와 책 이야기는 책 페이지에 모아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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