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맛

토란은 왜 날것은 독, 익히면 약이라 했을까 — 『동의보감』과 추석 토란국

흰 사기 그릇에 담긴 토란국 한 그릇

날것은 독, 익히면 약. 『동의보감』이 적은 토란과 『시의전서』가 적은 토란국, 그리고 추석 아침 상까지.

「한 그릇의 내력」 — 한국 음식 한 그릇이 어디서 와서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읽습니다. 이번 그릇은 추석 아침의 국, 토란국입니다.

토란은 껍질을 벗기면 손이 가렵다. 미끈한 점액이 손가락 사이로 흐르고, 맨손으로 오래 만지면 살갗이 따끔거린다. 날로 한 입 깨물면 혀끝이 아리다. 추석 아침 상에 올라올 때까지, 이 뿌리는 한 번 데치고 한 번 끓인다. 아린 것이 순해지는 데 그만큼의 불이 든다.

익혀야 독이 풀리는 뿌리

사백 년 전 의서는 그 아림을 독이라 적었다. 『동의보감』 탕액편 채부의 토란 항목이다.

芋子 토란
性平(一云冷), 味辛, 有毒. 寬腸胃, 充肌膚, 滑中.
○一名土芝. 處處有之. 生則有毒, 薟不可食. 性滑. 熟則無毒, 甚補益. 和鯽魚作羹, 尤良. 《本草》
○園圃中種者可食, 野芋有毒, 不堪啖. 當中出苗者爲芋頭, 四面附芋頭而生者爲芋子. 《本草》
○今人呼爲土蓮. 《俗方》

옮기면 이렇다. “성질은 평하고(차다고도 한다) 맛은 매우며 독이 있다. 장과 위를 넉넉하게 하고 살을 채우며 속을 미끄럽게 한다. 일명 토지(土芝)라 하며 곳곳에 난다. 날것은 독이 있어 먹을 수 없고, 익히면 독이 없어 크게 보한다. 붕어와 함께 국을 끓이면 더욱 좋다. 밭에 심은 것은 먹을 수 있고 들토란은 독이 있어 먹지 못한다. 가운데서 싹이 나는 것이 토란 머리요, 그 둘레에 붙어 나는 것이 토란 알이다. 요즘 사람들은 토련(土蓮)이라 부른다.”(쿡톡 옮김)

생즉유독, 숙즉무독. 날것은 독, 익히면 약. 항목 하나가 토란국의 이유를 다 적었다. 오늘의 부엌이 아는 대로 토란의 아린 맛은 옥살산칼슘 결정 때문이고, 쌀뜨물이나 소금물에 데치면 빠진다. 사백 년 전 사람은 결정을 몰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익히지 않으면 못 먹는다. 그러니 이 뿌리는 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름 하나가 더 남는다. 토련, 흙 속의 연꽃. 넓은 잎이 연잎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물 위에 뜨는 연은 꽃을 내고, 흙 속의 연은 알을 낸다.

상주의 부엌이 적은 토란국

130여 년 전 상주에서 엮인 『시의전서』는 고음국(膏飮) 항목 끝에 부속 국 일곱을 달아 두었다. 육개장, 계개장, 생선국, 꿩국, 송이국, 알국, 그리고 토란국이다.

〈토란국〉 토란 정히 긁어 씻어 흘떼기와 무·다시마 넣고 지령에 간 맞추어 푹 끓이라. [닭 넣으면 좋으니라.]

스무 자 남짓이다. 토란을 깨끗이 긁어 씻고, 흘떼기(소의 질긴 살)와 무, 다시마를 넣고, 간장(지령)으로 간을 맞춰 푹 끓인다. 닭을 넣으면 더 좋다. 오늘 추석 상의 토란국과 재료가 거의 같다. 다시마가 이미 들어 있고, 고기는 사태 대신 흘떼기다. 붕어를 권한 『동의보감』과 흘떼기·닭을 적은 『시의전서』 사이에는 이백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있다. 두 조리법이 다를 뿐, 그 사이 토란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두 책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다만 상주의 부엌에서 토란국은 고기 국이었다.

『시의전서』가 토란국을 앉힌 자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잔치의 진한 고음국 아래, 얼큰한 육개장과 맑은 꿩국 옆에, 알국과 나란히. 알국은 묵물에 새우젓을 넣어 순하게 끓이는 아침 국이다. 토란국은 그 곁에 있다. 잔칫국이 아니라 아침 국의 자리다.

왜 추석인가

토란은 가을에 캔다. 여름 내내 잎만 키우다가 서리 오기 전 알이 찬다. 음력 팔월 보름은 토란이 막 굵어지는 때다. 햇토란은 아린 맛이 덜하고 살이 차지다. 추석 토란국은 격식보다 절기가 정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문헌이 아니라 수확기에서 끌어낸 풀이다.

또 하나. 토란은 저장이 어렵다. 마르면 쭈그러들고, 얼면 물러진다. 캐서 얼마 안 가 먹어야 하는 뿌리다. 그래서 명절에 한 솥 끓여 나눠 먹는 쪽이 이치에 맞았다. 오래 두고 먹는 곡식과 달리, 토란은 그 계절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음식이다.

오늘의 부엌

순서만 지키면 된다. 토란은 껍질을 벗겨 쌀뜨물에 한 번 삶아 헹군다. 이 물은 버린다. 아린 것과 미끈한 것이 여기서 빠진다. 사태나 양지를 무·다시마와 함께 끓여 국물을 내고, 고기를 건져 찢고, 데친 토란을 넣어 한소끔 더 끓인다. 국간장으로 간한다. 『시의전서』대로 닭으로 끓여도 된다. 맑고 순하게, 아침에 먹는 국이다.

손이 가려운 뿌리를 한 번 데치고 한 번 끓여 순한 국으로 만드는 일. 추석 아침의 토란국은 그 시간을 그릇에 담은 것이다. 독이 약이 되는 데는 언제나 불이 든다.

낱말 풀이

  • 우자(芋子) — 토란. 『동의보감』 표제어. 가운데 싹 나는 것이 우두(芋頭), 둘레에 붙는 것이 우자.
  • 토지(土芝)·토련(土蓮) — 토란의 다른 이름. 흙 속의 영지, 흙 속의 연꽃.
  • 고음(膏飮) — 기름진 것을 고아 마시는 국. 오늘의 곰국. 『시의전서』에서 토란국은 이 항목의 부속이다.
  • 흘떼기 — 소의 힘줄 섞인 질긴 살. 오래 고는 국에 쓴다.
  • 지령 — 간장의 옛말.

『동의보감』(1613) 탕액편 권2 채부의 기록은 위키문헌의 전사본을 대조했고, 번역은 쿡톡이 새로 했습니다. 옛 문헌의 서술이며 오늘의 의학·영양 정보가 아닙니다. 『시의전서』 토란국은 쿡톡 상권 3부 탕 편의 전사·번역을 따랐습니다. 토란국이 추석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경위는 수확기와 저장성으로 풀이한 것이며, 특정 문헌이 ‘추석 토란국’을 명시한 기록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더 읽기: 시의전서 — 빌려 적어 남은 책 · 『동의보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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