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전서 주석본

송편의 솔잎은 향이 아니라 손질이었다 — 『시의전서』 원문

송편의 솔잎은 향이 아니라 손질이었다. 『시의전서』 원문이 적어 둔 솔잎의 쓰임과 멥쌀 익반죽의 까닭, 그리고 오늘의 부엌에서 다시 빚는 추석 송편.

시루 뚜껑을 열면 솔 냄새가 먼저 끼쳤다. 떡보다 솔잎이 먼저였다. 손끝으로 하나를 떼면 등에는 솔잎 자국이 도장처럼 찍혀 있었고, 자국을 따라 김이 식었다. 추석의 부엌은 그 냄새로 시작됐다.

우리는 오래 그 향을 송편의 전부라 여겼다. 솔잎을 까는 건 향을 들이는 일이라고. 그런데 백삼십여 년 전의 조리서 『시의전서』를 펼치면, 솔잎 이야기에 향은 한 줄도 없다.

원문은 솔잎을 세 번 당부한다. 켜켜이 깔되 떡에 닿지 않게 하라 했고, 쪄낸 뒤에는 솔잎째 걷어 두면 터지지 않는다 했고, 솔잎을 한 번 삶아 말려 써야 떡 빛이 정결하다 했다.

향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떡에 닿지 않게 깐 건 자국과 변색을 막으려는 것이고, 솔잎째 두면 안 터진다는 건 솔잎이 떡 사이로 숨을 통하게 해 들러붙고 갈라지는 걸 막아 준다는 뜻이다. 한 번 삶아 말려 쓰라는 건 송진과 잡맛을 미리 빼는 손질이다. 분리하고, 숨 쉬게 하고, 깨끗이 하고 — 솔잎은 그 일을 했다. 향은 그 일에 따라온 것이었다.

옛 부엌은 멋을 부리지 않았다. 필요한 일을 했고, 향은 덤이었다.

반죽도 마찬가지다. 원문은 ‘물 팔팔 끓여 가루에 부어 반죽’하라 적었다. 멥쌀가루를 끓는 물로 익반죽해야 전분이 살짝 익어 차지고, 빚을 때 갈라지지 않는다. 송편이 찹쌀이 아니라 멥쌀인 까닭도 여기 있다. 멥쌀은 적당한 탄력으로 모양을 잡아 주어, 소가 비치도록 얇게 빚어도 버틴다. 찹쌀은 너무 늘어져 그 얇은 두께를 견디지 못한다.

오늘의 부엌으로 옮기면 어렵지 않다. 멥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끓는 물로 익반죽해 귓불처럼 무르게 친다. 거피팥이나 깨, 풋콩으로 소를 단단히 넣고 소가 비칠 만큼 얇게 빚는다. 찜기에 솔잎을 켜켜이 깔고 떡이 솔잎 위에 앉게 안쳐 이십 분쯤 찐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고 참기름을 바르면 된다. 봄이라면 데친 쑥을 다져 반죽에 넣어 쑥송편으로 — 그 변형까지 원문에 적혀 있다.

솔잎을 향으로만 알던 자리에, 손이 있었다. 떡이 터지지 않도록 숨길을 내주던 손, 자국이 남지 않도록 한 켜를 비켜 깔던 손. 음식의 멋은 대개 그렇게, 멋을 부리지 않은 자리에서 온다. 올 추석 시루에 솔잎을 깔다 보면, 그 손이 조금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낱말 풀이 〈이 글의 옛말〉

  • 익반죽 — 끓는 물로 하는 반죽. 전분이 살짝 익어 차지고 갈라지지 않는다.
  • 멥쌀·찹쌀 — 멥쌀은 찰기가 적은 일반 쌀, 찹쌀은 찰진 쌀. 송편은 멥쌀로 빚어야 얇게 빚어도 버틴다.
  • 거피팥 — 껍질을 벗겨 삶은 팥. 송편·떡의 고운 소로 쓴다.

이 글은 『시의전서』(是議全書, 19세기 · 저작권 소멸) 원문을 쿡톡이 직접 판독·전사한 것에 근거한다. 분량 등 일부는 현대 표준으로 보충했으며, 원문 전문과 비교·재현은 전자책 『시의전서, 다시 차리다』에서 더 다룬다.

◆ 제철 한 줄 — 송편은 멥쌀과 풋콩·깨·밤, 그리고 솔잎으로 짓는다. 올 추석엔 산지에서 온 재료로 직접 빚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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