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 5일이나 6일에 드는 절기. 못자리의 모가 자리를 잡고, 보리 이삭이 햇볕을 모은다. 24절기 중 일곱 번째, 봄이 끝나면서 여름이 시작되는 한 마디. 立은 사람이 땅 위에 선 모양 — 여름이 오는 게 아니라 선다는 말이다. 송파의 쑥무리와 전남의 입하나무까지, 약 보름의 절기 안내.
입하는 해마다 5월 5일이나 6일에 든다. 2026년에는 5월 5일.
봄이 아직 다 가지 않았다는데, 어느 아침부터 햇살의 기운이 달라집니다. 그늘이 깊어지고, 마당의 빨래는 한 시간 만에 마릅니다. 입하(立夏) — 여름이 든다는 절기입니다.
봄도 여름도 아닌, 그러나 둘 다인 마디.
이름 — 여름이 선다
立(설 립)에 夏(여름 하). 立은 사람(大)이 땅(一) 위에 두 발로 선 모양에서 온 글자로, 『설문해자』는 이 글자를 “선다(住)”고 풀었습니다. 그러니 입하는 여름이 온다기보다 여름이 선다는 말입니다. 24절기에서 立은 늘 계절의 첫 마디에 붙습니다 — 입춘·입하·입추·입동.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입하를 곡우와 소만 사이, 음력 4월, 양력으로는 대개 5월 6일 전후, 태양의 황경이 45도에 이른 때로 적었습니다. 24절기 중 일곱 번째입니다. 절기는 날짜가 아니라 태양의 각도를 세는 것이라, 양력으로는 해마다 하루쯤 앞뒤로 움직입니다.
입하는 봄이 끝나는 순간이면서 여름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그 둘이 다른 마디가 아니라는 사실을, 24절기는 오랜 시간 동안 가르쳐 왔습니다.
들녘 — 못자리가 자리를 잡는다
들녘에서는 봄이 익어 황금으로 갈 준비를 하고, 산비탈에서는 여름이 시작될 푸름으로 깊어집니다. 보리는 황으로, 잎은 녹으로 — 한 절기 안에 두 색깔이 함께 있습니다.
춘분에서 청명을 거쳐 곡우에 이르는 약 한 달 사이에, 누렇던 보리잎이 푸름으로 일어서고 어린 이삭이 햇볕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입하. 백과사전은 이 무렵을 곡우에 마련한 못자리도 자리를 잡아 농사일이 좀 더 분망해지는 때라고 적었습니다. 모내기는 아직입니다. 못자리의 모가 발목까지 자라, 옮겨 심을 날을 기다리는 참입니다.
자라는 것이 농작물만은 아닙니다. 같은 백과사전이 덧붙입니다 — 입하가 되면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까지 자라서 이것들을 없애는 작업도 많아진다고. 신록을 재촉하는 절기라는 말에는 그 손이 빠져 있지 않습니다.
못자리의 모 한 줌이, 다음 가을의 쌀 한 톨을 정한다.
산과 부엌 — 끝물과 햇것
산은 입하 무렵에 산나물의 한 시즌을 닫습니다. 4월 끝자락에 절정이던 눈개승마와 명이나물이 잎이 두꺼워지고 줄기가 굳어 식용에서 멀어집니다. 다만 고도와 지역에 따라 보름 남짓 차이가 나서, 강원 산간에서는 매대가 5월 말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같은 시기 부엌에서는 햇마늘이 곧 들어옵니다. 의성·태안의 농가에서는 5월 하순부터 수확이 시작됩니다. 한 통씩 흙에서 들어 올려 줄기를 자르고 흙을 털어, 같은 날 안에 시장으로 보냅니다. 햇마늘이 햇마늘인 까닭은 시간의 짧음에 있습니다.
옛 풍속 — 쑥무리와 이팝나무
입하의 절식으로 기록에 남은 것은 쑥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송파 지역에서 세시행사의 하나로 입하 무렵 쑥무리를 절식으로 마련했다고 적었습니다. 쑥무리는 쑥버무리 — 어린 쑥에 쌀가루를 버무려 찐 떡입니다. 봄나물로 먹던 쑥이 마지막으로 연할 때, 떡으로 한 번 더 붙잡는 셈입니다.
이 무렵 흰 꽃을 뭉텅뭉텅 다는 나무가 이팝나무입니다. 전라남도에서는 입하 무렵에 꽃이 핀다 하여 입하나무(立夏木)라 불렀고, 못자리를 시작할 때 꽃이 한꺼번에 활짝 피면 풍년이 들고 잘 피지 않으면 흉년, 시름시름 피면 가뭄이 심하다고 여겼습니다. 이름의 유래로는 흰 꽃이 쌀밥, 곧 이밥처럼 보인다는 설도 나란히 전합니다.
『농가월령가』 사월령은 이 계절을 이렇게 엽니다 — 사월이라 맹하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 보리 이삭 패어나니 꾀꼬리 소리 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도 방장이라. 들일과 누에치기가 한 달 안에 겹칩니다.
모란은 흔히 입하의 꽃으로 불리지만, 옛 이십사번화신풍에서 모란이 놓인 자리는 한 절기 앞선 곡우입니다. 화신풍은 소한에서 곡우까지 스물네 번의 꽃소식으로 끝나고, 입하부터는 꽃이 아니라 잎이 계절을 셉니다.
다음 절기로
입하 — 봄을 닫고 여름을 여는 첫 마디입니다. 5월 5~6일에 들어 약 보름 동안, 자연이 두 계절을 동시에 입습니다.
다음 절기는 5월 21일 무렵 — 소만(小滿). 만물이 가득 차기 시작합니다. 보리는 더 익고, 못자리의 모는 본 논으로 옮겨지고, 부엌의 매대에는 햇마늘이 한 칸을 차지합니다.
한 절기에서 다음 절기로 — 자연은 오래 같은 길을 걸어 왔다.
이 글은 24절기 중 일곱 번째 절기 입하(立夏)에 대한 짧은 안내입니다. 양력 5/5~5/6에 들며, 다음 절기는 5/21 무렵 소만입니다.
참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입하」·「이팝나무」, 『농가월령가』 사월령, 『설문해자』·『강희자전』(立), 이십사번화신풍. 절기 날짜는 해마다 하루 이틀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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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7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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