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와 홍매 — 매실이 나무에서 끝까지 익으면

한눈에

청매 → 황매 → 홍매 — 같은 매실이 익어 가는 세 단계. 익을수록 신맛이 가라앉고 향과 단맛이 오르며, 대신 과육이 물러집니다.

단단함이 필요하면 청매, 향과 깊은 맛이 필요하면 황매·홍매.

매실은 한 번에 익지 않습니다. 6월의 매실나무를 며칠 간격으로 올려다보면, 같은 가지의 열매가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 다시 볕을 받는 쪽부터 발그레한 빛으로 천천히 옮겨 갑니다. 청매·황매·홍매는 서로 다른 매실이 아니라, 한 매실이 지나가는 세 시기의 이름입니다.

청매 — 단단하고 신, 6월 초의 매실

껍질이 파랗고 과육이 단단합니다. 신맛이 가장 강하고 향은 아직 옅습니다. 이 단단함 덕분에 장아찌나 청을 담가도 형태가 잘 무너지지 않습니다. 신맛을 내는 유기산 가운데 청매에는 특히 사과산이 많은 편입니다. 망종(6월 초) 무렵부터 거두기 시작합니다.

황매 — 노랗게 익어 향이 오르는 매실

나무에서 더 익히면 껍질이 노랗게 물들고, 코를 대면 살구를 닮은 향긋한 향이 올라옵니다. 강하던 신맛이 한풀 가라앉고 단맛과 향이 깊어집니다. 유기산의 무게중심도 구연산 쪽으로 옮겨 갑니다. 대신 과육이 부드러워져 흠집이 쉽게 나고 오래 두기 어렵습니다. 향을 중히 여기는 매실청·매실주에 황매를 즐겨 쓰는 까닭입니다.

홍매 — 볕을 받아 붉어진, 가장 익은 매실

황매에서 며칠이 더 지나면, 햇빛을 마주한 쪽부터 발그레한 홍조가 듭니다. 매실이 다다르는 가장 익은 자리입니다. 향과 단맛이 가장 진하지만, 그만큼 물러서 수확과 손질에 손이 많이 갑니다. 지역과 농가에 따라 이렇게 잘 익어 붉은 기가 도는 매실을 ‘홍매실’이라 따로 부르기도 합니다.

익는다는 것 —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려놓나

매실은 익을수록 신맛을 내려놓고 향과 단맛을 얻습니다. 그리고 단단함을 잃습니다. 그래서 쓰임이 갈립니다. 형태와 아삭함이 필요한 장아찌에는 청매가, 향과 깊은 맛이 필요한 청·술에는 황매·홍매가 어울립니다. 어느 것이 더 낫다기보다, 무엇을 만들려느냐에 따라 고르면 됩니다.

한 가지에 달린 매실도 저마다 다른 속도로 익습니다. 파란 단단함과 붉은 향 사이, 어디에서 거두느냐가 그해 매실의 표정을 정합니다. 6월의 짧은 며칠, 매실은 그렇게 세 얼굴을 차례로 보여 주고 집니다.


매실, 더 깊이 알아보기

음식, 그 너머의 이야기를 편지로

스팸 없이, 매주 금요일 편지 한 통만 보냅니다.

댓글

댓글 남기기

cooktalk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