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 낸 증편 한 조각은 속이 숨구멍처럼 송송하다. 손가락으로 눌러 보면 폭 들어갔다가 천천히 올라온다. 찌는 떡인데 빵처럼 부풀어 있고, 코끝엔 알큰하고 시큼한 신맛이 돈다. 대추·잣이 박힌 여름의 떡이다.
우리는 시큼한 반죽을 대개 버린다. 쉬었다고. 그런데 1800년대 말엽의 『시의전서』는 증편을 두고, 반대로 적는다 — 시어야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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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편은 막걸리로 부풀리는 떡이다. 원문은 멥쌀가루를 곱게 빻아, 막걸리(탁주)를 술맛 나게 탄 반죽으로 개라 한다. 그리고 한 가지를 당부한다. ‘맛을 보아 가며 시큼하여 술맛이 흥건히 오를 때까지’ 두라는 것. 시큼해지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신호다 — 반죽이 살아 부풀고 있다는. 원문은 처음보다 반이나 더 부풀어 송알송알 괴어오를 때, 그제서야 ‘기주(起酒)되었다’고 적는다.
까닭은 분명하다. 막걸리에는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 있다. 이들이 쌀의 당을 먹고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면, 그 기포가 반죽 속에 갇혀 떡을 부풀린다. 송송한 숨구멍은 그렇게 생긴다. 동시에 유산균이 젖산을, 효모가 알코올과 향을 내어 특유의 시큼하고 알큰한 맛이 밴다. 베이킹파우더가 없던 시절, 옛 부엌은 술 한 사발로 떡을 부풀린 셈이다.
여름 떡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발효로 생긴 산과 알코올은 떡이 쉬 상하지 않게 지켜 준다. 그래서 더운 철에 오래 두고 먹기 좋다. 실제로 증편은 유두(음력 유월 보름)를 비롯한 한여름의 떡으로 전해 내려온다. 가장 잘 쉬는 계절에, 일부러 시큰하게 띄워 만든 떡 — 그 역설이 여름의 지혜였다.
원문을 더 읽으면, 증편은 그저 부풀린 맨떡이 아니었다. 안칠 때 팥에 계피를 섞은 소(혹 소금을 넣기도)를 회리밤만 하게 빚어 반죽 사이에 드문드문 박고, 그 위에 석이·대추 채와 잣을 얹어 쪘다. 부푼 흰 살에 검은 석이와 붉은 대추가 점점이 박힌, 보기에도 단정한 여름 떡이었다.
쉬는 것과 익는 것은 다르다. 증편은 시어야 부푼다.
오늘의 부엌으로 옮기면 어렵지 않다. 멥쌀가루에 설탕 약간과 미지근한 막걸리를 넣어 되직하게 푼다(끓는 물은 효모를 죽이니 미지근하게). 따뜻한 곳에 두어 반죽이 두세 배로 부풀고 시큼한 술 향이 흥건히 오를 때까지 두세 시간 기다린다. 한 번 가볍게 저어 가스를 빼고, 틀이나 시루에 반쯤 부어 팥·계피 소를 드문드문 박은 뒤 나머지 반죽을 덮고, 대추·잣·석이를 얹는다. 김 오른 찜기에 이삼십 분 쪄 낸다. 식어도 굳지 않고 폭신한 것이 증편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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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큼함을 흠으로 알던 자리에, 살아 있는 것이 있었다. 떡을 부풀린 건 불도, 힘도 아니라 술 속의 작은 숨들이었다. 가장 더운 철의 떡이 가장 가볍고 시원한 건, 누군가 쉬는 것과 익는 것을 구별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올여름 증편 한 조각이 유난히 폭신하다면, 그 안에서 며칠 전의 숨이 아직 일하고 있는 것이다.
낱말 풀이 〈이 글의 옛말〉
- 증편(烝餠) — 막걸리로 발효시켜 찐 떡. 술로 일으킨다 하여 ‘기주떡·기지떡·술떡’이라고도 한다.
- 탁주(濁酒) — 막걸리. 맑은 술(청주)을 떠내기 전의 흐린 술로, 효모·유산균이 살아 있다.
- 기주(起酒) — 술기운으로 반죽을 부풀려 일으키는 일. 처음보다 반이나 부풀어 송알송알 괴면 기주된 것이다.
- 작말(作末) — 곡식을 빻아 가루로 만드는 일.
- 석이(石耳) — 바위에 붙어 자라는 버섯. 곱게 채 쳐 떡 고명으로 쓴다.
이 글은 『시의전서』(是議全書, 19세기 · 저작권 소멸) 원문을 쿡톡이 한 글자씩 직접 판독·전사한 것에 근거한다. 일부 드문 옛 글자는 짐작 없이 〔?〕로 두었다.
◆ 제철 한 줄 — 증편은 멥쌀과 막걸리, 대추·잣으로 짓는다. 더운 철, 산지의 멥쌀과 막걸리로 직접 띄워 보시길.
이 연재는 전자책 『시의전서, 다시 차리다』(전 6권)로 엮이고 있습니다. → 미리보기 무료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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