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전서 · 연계탕 — 인삼도 찹쌀도 없었다

삼복 더위에 뜨거운 닭국 한 그릇을 받는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데, 한 술 뜨고 나면 속이 도리어 가라앉는다. 더위를 더위로 다스린다는 그 오랜 역설 — 복날의 닭은 그렇게 여름을 건너는 음식이었다.

우리는 삼복의 닭이라면 으레 인삼과 찹쌀을 떠올린다. 그런데 1800년대 말엽의 『시의전서』가 적은 연계탕에는, 인삼도 찹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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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이렇게 적는다. ‘연계(영계)를 삶아 건져 살을 다 추리고, 고기 소를 넣어 빚듯 하되, 소가 없으면 파와 미나리 삶은 것에 양념을 갖춰 닭고기와 함께 가루즙하여 쓴다.’ 닭을 통째로 고는 것이 아니라, 살을 발라 양념하고 녹말을 푼 즙으로 끓여 부드럽게 어우러지게 한 국이다.

핵심은 ‘가루즙’이다. 닭 국물에 녹말을 풀면 국물이 매끄럽게 걸쭉해지고, 발라 둔 살과 파·미나리, 양념이 한데 어우러진다. 통백숙이 살과 국물을 따로 두는 음식이라면, 연계탕은 그것을 하나로 묶은 음식인 셈이다. 원문에는 이 연계탕 곁에 송이국·토란국·꿩국 같은 여름 탕이 줄지어 적혀 있다 — 더운 철일수록 맑고 부드러운 국으로 속을 다스리던 살림이다.

인삼과 찹쌀을 채운 오늘의 삼계탕은 비교적 뒷날에 자리 잡은 모습이다. 옛 복달임의 닭은 영계, 곧 어린 닭을 삶아 살을 발라 곱게 끓인 한 그릇이었다. 무엇을 더 넣느냐보다, 어린 닭의 연한 살을 어떻게 부드럽게 다루느냐가 먼저였던 것이다.

삼복의 닭은, 인삼을 몰랐다. 어린 닭의 살을 발라 곱게 끓인 한 그릇이었다.


오늘의 부엌으로 옮기면 이렇다. 영계를 파·마늘·생강과 함께 삶아 살을 발라 찢는다. 데친 파와 미나리를 더하고 소금·후추로 양념한다. 닭 삶은 국물에 녹두 녹말 한 술을 찬물에 풀어 넣고 저으며 끓이면 국물이 매끄럽게 걸쭉해진다. 여기에 발라 둔 살을 넣어 한소끔 끓이면 된다. 통백숙으로 먹어도 좋고, 인삼·찹쌀은 취향껏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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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나는 법은 시원한 것을 들이켜는 것만이 아니었다. 가장 더운 날, 옛 부엌은 도리어 뜨거운 한 그릇으로 지친 속을 데웠다. 거기에 값비싼 약재가 들어야 했던 것도 아니다. 어린 닭 한 마리의 연한 살을 발라, 파 한 줌과 함께 곱게 끓이는 정성이면 충분했다. 복날의 한 그릇은, 채우기보다 다스리는 음식이었다.


낱말 풀이 〈이 글의 옛말〉

  • 연계(軟鷄) — 영계. 그해에 깬 어린 닭으로, 살이 연하다.
  • 가루즙 — 녹말을 물에 풀어 국물에 넣는 것. 국물을 매끄럽게 걸쭉하게 한다.
  • 육종(肉-) — 고기로 만든 소. 원문은 고기 소가 없으면 파·미나리로 대신하라 한다.
  • 복달임 — 복(伏)날 더위를 이기려고 고기붙이로 국을 끓여 차려 먹던 일.

이 글은 『시의전서』(是議全書, 19세기 · 저작권 소멸) 원문을 쿡톡이 한 글자씩 직접 판독·전사한 것에 근거한다. 일부 드문 옛 글자는 짐작 없이 〔?〕로 두었다.

◆ 제철 한 줄 — 연계탕은 영계와 파·미나리로 끓이는 복날의 국이다. 삼복 더위, 산지의 영계로 살을 발라 한 그릇 곱게 끓여 보시길.

이 글은 일반적인 식품·영양 정보이며, 특정 질환의 진단·치료·예방과 무관합니다.

이 연재는 전자책 『시의전서, 다시 차리다』(전 6권)로 엮이고 있습니다. → 미리보기 무료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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