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오르는 밥솥을 열면, 흰 밥 사이로 노란 콩나물이 섞여 있다. 양념간장 한 술을 둘러 슥슥 비비면 고소하고 짭짤한 한 그릇이 된다. 반찬을 따로 차리지 않아도, 이것 하나로 한 끼가 든든하다.
우리는 밥에는 반찬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런데 콩나물밥은 반찬을 따로 두지 않는다. 반찬이 밥 안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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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는 법은 단출하다. 쌀을 안치고 그 위에 씻은 콩나물을 얹어 함께 짓는다. 뜸이 드는 동안 콩나물에서 나온 수분이 밥을 촉촉하게 적시고, 콩나물은 아삭함과 고소함을 그대로 남긴다. 다 되면 간장에 파·고춧가루·참기름·깨를 섞은 양념장을 둘러 비빈다. 밥과 나물과 간이 한 그릇 안에서 한꺼번에 어우러지는 것이다.
콩나물밥이 오래 사랑받은 까닭은 그 ‘흔함’에 있다. 콩나물은 빛이 없어도 물만 주면 사철 자라는, 가장 값싸고 손쉬운 채소였다. 그 흔한 한 줌으로 밥에 반찬까지 해결한 것이 콩나물밥이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서 나온 한 그릇이지만, 양념장 한 술의 손맛이 더해지면 그대로 별미가 된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조금 얹어 지으면 잔칫상에 올려도 손색없는 별미밥이 되기도 했다.
콩나물밥에는 반찬이 따로 없다. 반찬이 밥 안에 있다.
오늘의 부엌으로 옮기면 이렇다. 불린 쌀을 안치되 물은 평소보다 조금 적게 잡는다(콩나물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위에 씻은 콩나물을 듬뿍 얹고 뚜껑을 덮어 밥을 짓는다. 별미로 하려면 양념한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콩나물과 함께 얹는다. 뜸이 다 들면 위아래를 살살 섞고, 간장·다진 파·고춧가루·참기름·깨로 만든 양념장을 곁들여 입맛껏 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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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난한 밥이, 가장 다정한 밥이기도 했다. 반찬을 여러 가지 올릴 형편이 못 되어도, 콩나물 한 줌과 양념장 한 술이면 따뜻한 한 그릇이 차려졌다. 비벼 먹는 밥에는 격식이 없고, 그래서 더 마음이 놓인다. 콩나물밥 한 술이 유난히 고소하거든, 그건 가진 것이 적어도 한 끼를 다정하게 차리던 손의 맛이다.
낱말 풀이 〈이 글의 말〉
- 양념간장(양념장) — 간장에 파·고춧가루·참기름·깨를 섞은 장. 비벼 먹는 밥의 간과 맛을 한꺼번에 낸다.
- 안치다 — 밥·떡 따위를 끓이거나 찌려고 솥에 넣는 것.
- 뜸 들이다 — 불을 줄여 남은 열로 속까지 고루 익히는 것. 콩나물의 수분이 밥에 밴다.
참고: 콩나물밥은 『소문사설(謏聞事說)』 등 옛 문헌에 쌀에 콩나물을 얹어 짓는다고 적혀 있다(요리노트 전수전사 DB F-01-70). 양념장과 고기를 더하는 별미식은 한국 밥상 문화의 일반 조리로, 문헌의 기록과 일반 조리를 구분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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