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전서 · 어육침채 — 김치에 생선과 고기를 넣다

김치라 하면 우리는 배추와 무, 고춧가루와 젓갈을 떠올린다. 그런데 1800년대 말엽에 엮인 『시의전서』에는 김치에 생선과 고기를 함께 넣는 법이 적혀 있다. 이름하여 어육침채(魚肉沈菜) — 글자 그대로 ‘생선과 고기를 넣은 김치’다.

김치에 웬 생선과 고기인가 싶지만, 원문을 읽으면 셈이 있다. 버리는 것을 모으고, 고기 삶은 물까지 끌어다 쓴, 한 철의 큰 살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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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갈무리다. 원문은 ‘북어와 민어를 쓸 적마다 머릿골과 껍질을 많이 모아 두라’ 한다. 평소 생선을 손질할 때 버리기 쉬운 머릿골(두골)과 껍질을 그때그때 모아 두는 것이다. 그러다 서리가 내리고 김장 때가 오면, 좋은 무와 갓을 정히 씻어 간 맞춰 절이고, 오이·가지·호박·고추도 법대로 절여 함께 쓴다.

여기까지는 여느 김치와 닮았는데, 다음이 다르다. ‘고기 삶은 물’을 두어 동이 받아다가, 모아 둔 생선 머릿골·껍질을 많이 넣고 황육(쇠고기)을 넣어 진하게 끓여 식힌다. 그 국물을 바탕으로, 독에 청각·마늘·파·생강·고추를 켜켜이 안치고 마늘은 갈아 붓고 미나리를 사이사이 끼운다. 위를 두껍게 덮고, 어육 우린 국물이 싱거우면 무 절인 물을 체에 받아 가득 붓는다. 채소를 절여 담그는 김치가 아니라, 고기와 생선으로 낸 국물에 담그는 김치인 셈이다.

익히는 시간도 길다. 독을 묻고 흙으로 덮어 두었다가 섣달, 이른 봄에 꺼내 먹으면 ‘훈감하고 절미하다’ 했다 — 깊고 감칠맛 나며 썩 좋은 맛이라는 뜻이다. 한겨울을 건너 봄에 여는, 기다림의 김치였다.

버리던 머릿골과 껍질을 모으고, 고기 삶은 물까지 끌어다 — 김치 한 독에 한 철의 살림이 들었다.


오늘의 부엌으로 옮기면 골격은 이렇다. 무와 갓을 도톰하게 썰어 간간하게 절이고, 북어 머리·다시마로 낸 장국(또는 사골·양지 육수)을 끓여 식힌다. 청각·마늘·생강·미나리를 켜켜이 안치고 식힌 국물을 부어 시원하게 익히면, 국물 있는 물김치가 된다. 원문은 분량을 일일이 적지 않았으니, 간과 익힘은 맛을 보아 가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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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육침채가 일러 주는 건 김치의 폭이다. 우리는 김치를 채소와 젓갈의 음식으로 좁혀 알지만, 옛 부엌은 생선의 머릿골과 껍질, 쇠고기와 고기 국물까지 김치 한 독에 들였다. 버릴 것을 모아 가장 깊은 맛으로 바꾸는 셈법 — 김치는 그렇게 넓고, 또 알뜰한 음식이었다.


낱말 풀이 〈이 글의 옛말〉

  • 어육침채(魚肉沈菜) — 생선과 고기를 넣어 담근 김치. 침채(沈菜)는 김치의 옛말.
  • 두골(頭骨) — 생선 머릿속의 골. 여기서는 북어·민어의 머릿골.
  • 나복(蘿蔔) — 무.
  • 황육(黃肉) — 쇠고기.
  • 청각 — 사슴뿔 모양의 해조. 김치에 시원한 맛과 군내 방지로 넣는다.
  • 절미(絶味) — 더없이 좋은 맛.

근거: 『시의전서』(是議全書, 1800년대 말엽 · 저작권 소멸) 「어육침채(魚肉沈菜)」 항목. 원문은 쿡톡이 한 글자씩 직접 판독·전사한 것에 근거한다. 일부 드문 옛 글자는 짐작 없이 〔?〕로 두었다.

◆ 제철 한 줄 — 어육침채는 서리 내릴 무렵 갈무리해 한겨울을 건너 봄에 여는 김치다. 깊은 맛은 버리지 않고 모아 둔 손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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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식품·영양 정보이며, 특정 질환의 진단·치료·예방과 무관합니다.

이 연재는 전자책 『시의전서, 다시 차리다』(전 6권)로 엮이고 있습니다. → 미리보기 무료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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