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 지짐 한 점 위에 진달래 한 송이가 얹혀 있다. 분홍 꽃잎은 기름에 비쳐 반쯤 투명하고, 떡은 갓 지져 따뜻하다. 봄 한 철, 접시에 올라온 꽃 한 송이 — 우리는 그것을 곱다고만 본다.
그런데 1800년대 말엽의 『시의전서』는 그 꽃을 두고, 곱다는 말 대신 분량을 적는다. 어떤 꽃은 많이, 어떤 꽃은 적게. 화전의 꽃은 장식이 아니라 맛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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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또렷하다. ‘화전에 두견(진달래) 꽃은 많이 넣어야 좋고, 국화는 많이 넣으면 쓰다.’ 같은 꽃인데 셈법이 정반대다. 진달래는 맛이 순해 듬뿍 얹어도 떡을 해치지 않지만, 국화는 향과 쓴맛이 강해 조금만 얹어야 한다. 꽃마다 다루는 법이 달랐던 것이다.
반죽에도 단서가 붙는다. ‘반죽은 바슬바슬하게 하라, 질면 질겨 못 쓴다.’ 부침 반죽이라면 묽게 풀 법한데, 화전은 거꾸로 되직해야 한다. 게다가 끓는 물에 반죽하면 기름을 많이 먹으니, 소금물을 데워 더운 김에 익반죽하라 했다. 지진 뒤엔 명주 수건으로 기름을 뺀 뒤 즙청하여 계핏가루를 뿌린다.
화전은 꽃만 지진 것도 아니었다. 당귀잎과 국화잎도 소금물에 적셔 찰가루를 담뿍 묻혀 지졌다. 봄이면 진달래, 가을이면 국화 — 철마다 피는 것을 떡 위에 옮겨 지진 셈이다. 꽃을 ‘보는’ 음식이 아니라 ‘다루는’ 음식. 많이 넣을 것과 적게 넣을 것을 가르는 눈이, 거기 있었다.
꽃은 곱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많이 넣을 꽃과, 적게 넣을 꽃이 있었다.
오늘의 부엌으로 옮기면 이렇다. 찹쌀가루에 데운 소금물을 조금씩 부어 바슬바슬하되 겨우 뭉칠 만큼 익반죽한다(질면 질겨진다). 동글납작하게 빚어 약한 불 기름에 지지다가, 한쪽이 익으면 뒤집어 진달래를 얹고 살짝 누른다. 진달래는 듬뿍, 국화를 쓸 때는 한두 잎만. 지진 뒤 기름을 빼고 꿀에 재워(즙청) 계핏가루를 뿌린다. 당귀잎·국화잎은 찰가루를 입혀 따로 지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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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떡 위에 올린 마음은 곱게 보이려는 것만은 아니었다. 어떤 꽃은 순하고 어떤 꽃은 독해서, 같은 봄빛이라도 손이 달라야 했다. 화전 한 점에 진달래가 듬뿍이고 국화가 한두 잎인 까닭 — 그건 꽃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만 아는 분량이다. 봄날 접시 위의 꽃 한 송이는, 곱기 전에 먼저 맛이었다.
낱말 풀이 〈이 글의 옛말〉
- 화전(花煎) — 찹쌀 반죽을 동글납작하게 지지고 꽃을 얹은 떡. 꽃지짐.
- 두견(杜鵑) — 진달래. 화전에 가장 흔히 얹는 봄꽃.
- 익반죽 — 끓는 물이나 데운 소금물로 하는 반죽. 쌀가루를 익혀 잘 뭉쳐지고 쫄깃해진다.
- 즙청(汁淸) — 지진 떡을 꿀에 재워 단맛과 윤기를 들이는 일.
- 당귀(當歸) — 잎에 향이 있는 약초. 잎을 찰가루 입혀 화전처럼 지졌다.
이 글은 『시의전서』(是議全書, 19세기 · 저작권 소멸) 원문을 쿡톡이 한 글자씩 직접 판독·전사한 것에 근거한다. 일부 드문 옛 글자는 짐작 없이 〔?〕로 두었다.
◆ 제철 한 줄 — 화전은 찹쌀과 봄꽃으로 짓는 삼짇날 떡이다. 봄이 오면 산지의 찹쌀과 제철 꽃으로 한 점 지져 보시길.
이 연재는 전자책 『시의전서, 다시 차리다』(전 6권)로 엮이고 있습니다. → 미리보기 무료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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