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짓는 것을 산다는 일은, 사람을 사는 일이기도 했다. 새벽 네 시, 가락동 도매시장에 처음 갔던 날을 나는 잘 기억한다. 트럭의 후미등이 짧게 깜빡이며 하역장으로 들어서고, 박스를 내리는 소리가 새벽 공기에 짧게 떨어졌다. 입김이 보였고, 발 밑에는 흙 묻은 마분지가 깔려 있었다.
사람이 짓는 것을 산다는 일은, 사람을 사는 일이기도 했다.
새벽 네 시, 가락동 도매시장에 처음 갔던 날을 나는 잘 기억한다. 트럭의 후미등이 짧게 깜빡이며 하역장으로 들어서고, 박스를 내리는 소리가 새벽 공기에 짧게 떨어졌다. 입김이 보였고, 발 밑에는 흙 묻은 마분지가 깔려 있었다. 그 새벽에 나는 무엇을 다룰지 결정해야 했다.
새벽 네 시의 도매시장
시장은 사람을 빠르게 분류한다. 트럭에서 막 내려놓은 박스의 무게를 손으로 짐작하는 사람, 그 박스 위에 메모지를 찍는 사람, 그 박스를 다시 멀리 옮기는 사람. 모두가 정확한 동선을 알고 움직이는 가운데, 나만 어디에 서야 할지 모르는 채 있었다. 무언가를 사고 무언가를 파는 일이 손가락 끝의 차이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걸, 그날 처음 봤다.
다른 길도 있었다
그 시장에 가기 전, 나는 다른 카테고리도 검토하고 있었다. 커피, 가공식품, 작은 디저트. 더 수월한 길은 분명 있었다. 다만 그 길들은 누군가가 이미 만든 것을 다시 옮기는 일이었고, 나는 그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히고 싶었다. 가능하면 한 번도 가공되지 않은 것을 다루고 싶었다.
한 농부 어른과의 5분
하역장 한쪽에서 마늘 박스를 정리하던 어른이 한 알을 내 손에 쥐어 주셨다. 묵직했다. “이게 제대로 자란 거예요.” 그 말이 짧았는데, 나는 그 짧음에 한참 머물렀다. 한 알의 단단함은 흙과 빗물과 누군가의 새벽이 모여 만든 결과였다. 내가 사야 할 것이 그 시간들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그 한 알의 무게
사람이 짓는 것을 사는 일은, 그 사람의 시간을 사는 일이기도 했다. 농산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봄에 심어 가을에 거두는 일이거나, 일 년에 한 번 짧게 열매가 맺히는 일이었다. 그 시간에 함부로 값을 매기지 않는 일. 그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농산물
그래서 농산물이었다. 더 수월한 길을 두고 이 길을 골랐다. 다만 이 길 안에는, 한 알이 이곳까지 온 시간이 남는다. 우리가 잇는 것은 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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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5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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