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맛 사전 · 식객(食客) — 밥을 먹는 손님, 그 뜻이 흘러온 길

표제어

식객(食客) — 표준국어대사전은 두 가지로 적습니다. ① 예전에, 세력 있는 대갓집에 얹혀 있으면서 문객 노릇을 하던 사람. ② 하는 일 없이 남의 집에 얹혀서 밥만 얻어먹고 지내는 사람. 여기에 우리말샘이 ③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일을 몹시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을 덧붙여 두었습니다.

글자 그대로는 ‘밥을 먹는 손님’. 밥이 그 사람의 자리를 정하던 말.

식객(食客)은 글자만 보면 뜻이 단순하다. 먹을 식(食), 손 객(客) — 곧 ‘밥을 먹는 손님’이다. 그런데 이 한 단어가 가리키는 사람의 자리는, 시대에 따라 세 번이나 옮겨 앉았다. 같은 ‘밥 먹는 손님’인데, 어느 때는 귀한 인재였고 어느 때는 천덕꾸러기였다.

전국시대의 식객 — 삼천을 거느린 집

식객이라는 말은 중국 전국시대에서 왔다. 그 무렵 세력 있는 귀족들은 재능 있는 이들을 손님으로 맞아 먹이고 재웠고, 그 대신 식객은 주인을 위해 꾀를 내고 몸을 썼다. 제나라의 맹상군이 대표다. 『사기』 맹상군열전은 “식객이 수천 명이었고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자기와 똑같이 대접했다(食客數千人, 無貴賤一與文等)”라고 적고, 뒤이어 “그 식객이 삼천 명(其食客三千人)”이라는 대목을 거듭 남긴다. 삼천이라는 숫자는 과장된 수사가 아니라 사료가 실제로 적어 둔 말이다.

유명한 고사 ‘계명구도(鷄鳴狗盜)’도 같은 열전에 있다 — 맹상군이 진나라에 붙들렸을 때, 개 흉내를 내어 궁 창고에 숨어들어 흰 여우 갖옷을 훔쳐 온 식객이 있었고, 함곡관 관문 앞에서 닭 울음을 흉내 내 문을 열게 한 식객이 있었다. 처음엔 다른 손님들이 이 둘을 부끄럽게 여겼으나, 위기가 닥치자 그 보잘것없어 보이던 재주가 끝내 쓸모가 되었다. 그 시절의 식객은 얻어먹는 자가 아니라 품은 인재였다.

얹혀사는 사람으로 — 뜻이 기울다

세월이 흐르며 말의 무게는 기울었다. 우리 국어사전이 적은 식객의 두 번째 뜻은 ‘하는 일 없이 남의 집에 얹혀서 밥만 얻어먹고 지내는 사람’이다. 인재를 가리키던 말이, 밥값 못 하고 빌붙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내려앉은 것이다. 같은 글자, 같은 ‘밥 먹는 손님’인데,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자 뜻도 함께 식었다.

그리고 미식가로 — 다시 뒤집힌 말

그런데 오늘날 식객은 또 한 번 뜻을 갈아입었다. 이제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사람, 곧 미식가를 식객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만 이 세 번째 뜻은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오르지 않았다.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이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일을 몹시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따로 실어 두었을 뿐이다. 새로 자리를 잡는 중인 뜻이라는 얘기다.

이 뜻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짚어 둘 만한 자리는 있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이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고, 우리말샘은 이 작품 역시 ‘식객’의 한 항목으로 올려 두었다. 만화가 이 말을 미식 쪽으로 널리 끌어당긴 계기였으리라고 보는 풀이가 있지만, 사전이 인과를 밝혀 둔 것은 아니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 얻어먹던 사람에서 맛을 알아보는 사람으로, 밥을 먹는 손님이 다시 대접받는 자리로 올라섰다는 것.

결국 식객은 ‘밥을 사이에 둔 사람’의 이름이다. 그를 인재로 보면 귀한 손님이 되고, 짐으로 보면 군식구가 되고, 멋으로 보면 미식가가 된다. 한 그릇의 밥 앞에서 사람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같은 말의 빛깔이 이토록 달라진다.

곁들임 · ‘먹을 식(食)’이 든 말들

  • 식구(食口) =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 식객(食客) = 밥을 먹는 손님.
  • 식솔(食率) = 한집안에 딸린 구성원.
  • 식언(食言) = 한번 입 밖에 낸 말을 도로 입속에 넣는다는 뜻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음.
  • 식탐(食貪) = 음식을 탐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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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국립국어원). 『사기』 맹상군열전 원문(중국철학서 전자화 계획). 어원 정보가 없는 낱말은 단정하지 않고 풀이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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