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비아니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양념해 구운 쇠고기, 곧 불고기의 옛 이름을 떠올린다. 그런데 『시의전서』에서 너비아니는 굽는 음식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고기를 다루는 ‘저미는 법’의 기준으로 나온다.
약포(藥脯)를 적은 대목도, 어포를 적은 대목도 한결같이 ‘너비아니처럼 저며’로 시작한다. 너비아니는 한 접시의 구이이자, 여러 음식이 갈라져 나오는 한 동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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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비아니처럼 저민다’는 건 무슨 뜻인가. 이름 그대로, 고기를 너비(넓이) 있게 얇고 넓적하게 저미는 일이다. 결을 가로질러 넓게 포를 뜨듯 저며야 양념이 고루 배고 부드럽게 익는다. 시의전서는 이 저미는 법을 너비아니라는 한마디로 못 박아 두고, 고기든 생선이든 그 법으로 시작하라 한다. 굽는 너비아니의 바탕에도, 말리는 포의 바탕에도 같은 칼질이 있는 것이다.
약포는 그 저민 살을 ‘약(藥)’처럼 다룬 포다. 연한 정육을 너비아니처럼 저며 기름에 재워 잠깐 펴 말리고, 다시 거두어 진간장에 소금·기름·후춧가루·파·마늘 다진 양념을 넣고 주물러 재운다. 그러고는 잣가루를 자옥이 뿌려 말리되, 아주 말리지 말고 촉촉할 때 거두라 했다. 바싹 마른 육포가 아니라, 양념이 배고 잣 향이 도는 반건조의 진귀한 포다.
같은 자리에 포의 변주가 줄을 잇는다. 두껍게 저며 양념해 바싹 말리는 육포, 구워 두드린 뒤 다시 양념해 굽는 장포(醬脯)가 있고, 생선으로는 어포가 있다. 어포 역시 ‘민어나 숭어 살을 너비아니처럼 저며’ 진간장에 고춧가루·깨소금·기름·후춧가루를 섞어 간 맞춰 말린다. 게는 다리살만 곱게 발라 게포를 떴다. 한 동작에서 고기 구이와 육포, 생선 포까지 갈라져 나온 셈이다.
너비아니는 한 접시의 구이이자, 고기와 생선을 다루는 ‘저미는 법’ 그 자체였다.
오늘의 부엌으로 옮기면 이렇다. 약포는 홍두깨살·우둔 같은 연한 살코기를 결 반대로 얇고 넓게 저며, 간장·꿀(또는 설탕)·참기름·후추·다진 파·마늘 양념에 재운 뒤, 잣가루를 뿌려 채반에 ‘반쯤만’ 말린다. 바싹 말리지 않아 촉촉하고, 잣 향이 은은하다. 어포는 민어·숭어 같은 흰살생선을 넓게 떠 간장 양념에 재워 꾸덕하게 말린다. 너비아니구이는 같은 저민 살을 양념해 센 불에 굽기만 하면 된다 — 출발은 모두 같은 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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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음식의 이름이 동작의 이름이 되는 일은 드물다. 너비아니는 그렇게, 굽는 한 접시이면서 고기와 생선을 넓게 저미는 법의 대명사가 되었다. 불고기의 먼 조상을 찾다 보면, 결국 ‘어떻게 저미느냐’라는 한 칼질에 닿는다. 맛은 양념보다 먼저, 칼끝에서 갈렸다.
낱말 풀이 〈이 글의 옛말〉
- 너비아니 — 고기를 넓게 저며 양념해 구운 것. 불고기의 옛 이름이자, ‘넓게 저미는 법’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다.
- 약포(藥脯) — 연한 살코기를 양념해 잣가루 뿌려 반쯤 말린 진귀한 육포.
- 정육(精肉) — 기름기·힘줄을 발라낸 순 살코기.
- 진간장 — 오래 묵어 진하고 단맛이 도는 간장.
- 적쇠 — 석쇠. 고기를 얹어 굽는 도구.
- 수어(秀魚) — 숭어. 어포 감으로 민어와 함께 썼다.
근거: 『시의전서』(是議全書, 1800년대 말엽 · 저작권 소멸)의 「너비아니」·「약포(藥脯)」·「육포」·「장포(醬脯)」·「어포」·「게포」 항목. 원문은 쿡톡이 한 글자씩 직접 판독·전사한 것에 근거한다. 일부 드문 옛 글자는 짐작 없이 〔?〕로 두었다.
◆ 제철 한 줄 — 약포는 양념해 반쯤 말린 촉촉한 육포다. 산지의 좋은 살코기를 넓게 저며, 바싹 말리지 말고 촉촉할 때 거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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