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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는 왜 곧지 않고 마디가 있을까 — 황경 15도로 나눈 24절기
한 해는 곧지 않다. 마디가 있어, 어디쯤 와 있는지를 안다. 황경 15도로 나눈 24절기, 쿡톡이 적는 한 해의 마디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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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立夏), 여름은 왜 오지 않고 ‘서는’가 — 하우스 측창을 올리는 첫날
해마다 5월 5일이나 6일에 드는 절기. 아침에 하우스 측창을 올리고 저녁까지 내리지 않는 첫날. 立은 사람이 땅 위에 선 모양 — 여름이 오는 게 아니라 선다. 못자리의 모는 발목까지, 산나물 매대는 닫히고 햇마늘이 문 앞에 선다. 송파의 쑥무리와 전남의 입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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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전(雨前)의 雨는 왜 비가 아니라 곡우일까 — 못자리에 흰 줄 긋는 봄비
해마다 4월 19일이나 20일에 드는 절기. 못자리 비닐터널이 들판에 흰 줄을 긋는 때. 穀의 오른쪽은 소리이지만 단옥재는 껍질(殼)의 뜻도 겸한다고 봤다 — 껍질 쓴 알갱이 위로 내리는 비. 우전(雨前)의 雨는 비가 아니라 곡우다. 곡우물·곡우살이, 그리고 봄의 마지막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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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의 淸은 왜 푸른 물이 아닐까 — 가라앉아 맑아진 물, 쑥떡과 청명주
해마다 4월 4일이나 5일에 드는 절기. 비 갠 아침, 트럭 보닛에 앉았던 가루 자국이 씻겨 있다. 淸은 푸른 물이 아니라 가라앉아 맑아진 물, 明은 창으로 드는 달빛. 길가 쑥이 가장 향 깊은 때, 충주 청명주와 새 불을 나누던 한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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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의 分은 왜 두 부품이 다 뜻일까 — 봄도 하루도 반으로 가르는 날
해마다 3월 20일이나 21일에 드는 절기. 저녁 여섯 시 반, 포장을 마치고 창고 문을 닫는데 아직 환하다. 分은 드물게 두 부품이 다 뜻인 글자 — 봄을 반으로, 하루를 반으로 가른다. 꽃샘바람과 첫 갈이, 나이떡과 봄나물 한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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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은 왜 본래 이름 계칩(啓蟄)을 잃었을까 — 한나라 임금 이름을 피하다
해마다 3월 5일이나 6일에 드는 절기. 겨우내 덮어 둔 밭 비닐을 걷으면 흙이 먼저 따뜻하다. 驚과 蟄은 둘 다 형성자 — 敬도 執도 소리일 뿐이다. 본래 이름은 계칩(啓蟄), 한나라 임금 이름을 피하다 놀랄 경이 됐다. 두릅은 아직 멀고, 상에 오르는 건 냉이·달래·머위의 첫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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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의 이름은 왜 비가 아니라 눈 녹은 물일까 — 대동강 물 풀리는 때
해마다 2월 18일이나 19일에 드는 절기. 하우스 비닐 안쪽에 맺혔던 물방울이 아침에 줄을 그으며 흘러내린다. 雨와 水는 둘 다 그림 글자 — 이름은 비가 아니라 눈 녹은 물 쪽이다. 우수·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과, 봄동 끝물에 냉이·달래가 겹치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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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은 왜 봄이 ‘선다’고 했을까 — 봄은 오는 게 아니라 자리를 잡는다
해마다 2월 3일이나 4일에 드는 절기. 새벽 트럭 유리는 아직 긁어야 하는데, 오후 창고 앞 바닥은 따뜻하다. 立은 사람이 땅 위에 선 모양 — 봄이 오는 게 아니라 자리를 잡는다는 말. 눈 밑에서 캔 햇나물 오신반과 문설주의 입춘첩, 그리고 봄동·달래·냉이의 첫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