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이 덜한 얼굴 — 5월의 햇마늘

막 캔 햇마늘은 저장 마늘과 다릅니다. 매운맛이 덜하고 수분이 많고, 껍질이 얇습니다. 의성·남해·해남의 5월 햇마늘 이야기.

저희 외할머니 부엌에는 해마다 5월이면 흙이 조금 묻은 마늘 한 망이 대문 앞에 놓였습니다. “햇마늘 왔다”는 말이 가장 먼저 들렸어요. 저는 그 ‘햇’이라는 글자가 오래 이상했습니다. 햇빛도 아니고, 새것이라는 뜻이면 그냥 ‘새마늘’이라고 쓰면 될 텐데. 마늘에 꼭 ‘햇’을 붙이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커서야 알았습니다. 한 해 농사의 첫 얼굴이라는 뜻이라는 것을요. 가을에 심은 마늘이 겨울을 견디고 다음 해 봄에야 나오는 그 긴 시간을, 사람들은 ‘묵은 것’과 구분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겨우내 보관된 저장 마늘과 막 캔 마늘은 이름부터 달라졌어요.

캔 지 한 달, 껍질이 아직 촉촉한 마늘

햇마늘은 보통 5월 중순부터 6월 초 사이에 전국 산지에서 올라옵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파도처럼 밀려오죠. 남해와 해남이 먼저 움직이고, 의성이 그 뒤를 잇습니다.

이때의 마늘은 아직 수분이 많습니다. 껍질은 얇고 촉촉하게 속 알에 붙어 있고, 뿌리 쪽은 조금 축축합니다. 저장 마늘처럼 겉껍질이 부풀어 바스락거리지 않아요. 손에 쥐면 조금 묵직합니다. 속이 꽉 차 있다는 증거예요.

조금 신기한 사실 하나 — 햇마늘은 저장 마늘보다 매운맛이 덜합니다. 마늘의 매운 성분인 알리신은 마늘이 상처를 입었을 때, 알리인이라는 전구물질이 효소와 만나면서 만들어집니다. 캔 지 얼마 되지 않은 햇마늘은 이 효소 활동이 아직 부드럽고, 저장되는 동안 쌓이는 풍미 분자도 덜 응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매움보다 달달한 향이 앞서요. 생으로 먹을 수 있을 만큼요.

의성·남해·해남, 같은 마늘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마늘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이 의성입니다. 경북 의성은 한지형 마늘, 그러니까 추운 지방에서 자란 단단한 마늘로 유명합니다. 알이 작지만 단단하고, 매운맛이 깔끔합니다. 장아찌를 담그거나 장시간 저장할 때 의성 마늘을 고르는 이유가 있어요.

남해는 난지형입니다. 알이 크고 과즙이 많고, 매운맛보다 단맛이 앞섭니다. 생으로 씹어 먹을 때 좋은 마늘. 쌈장에 찍어 먹을 때 괜찮은 건 남해 쪽이에요.

해남도 난지형 산지 중 하나지만, 해풍을 더 오래 받은 덕에 풍미가 진합니다. 구이용 마늘로 쓰면 차이가 느껴집니다.

같은 마늘이라는 이름 안에, 이렇게 다른 얼굴들이 있습니다.

좋은 햇마늘 고르는 법 — 손으로 확인해 보세요

시장이나 온라인에서 햇마늘을 고를 때, 저는 사진보다 손으로 확인할 수 있는 표현을 찾습니다.

  • 껍질이 얇고 흙이 살짝 묻어 있는 것 — 너무 깨끗하게 닦인 마늘은 오래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 뿌리 쪽이 촉촉하되 물러지지 않은 것 — 말라 있으면 저장 기간이 길어진 것이고, 질척하면 보관이 나쁜 것입니다.
  • 알이 6~8쪽으로 나뉘고 속이 꽉 찬 것 — 너무 많은 쪽으로 잘게 나뉜 건 영양이 분산된 신호일 수 있습니다.
  • 한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 — 수분이 많은 햇마늘은 겉보기보다 무겁습니다.

어떻게 먹을까 — 햇마늘에만 가능한 두 가지

햇마늘은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두 가지 요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햇마늘 장아찌입니다. 알이 단단하면서도 아직 매운맛이 순한 이 시기가 장아찌 담그기에 가장 좋습니다. 식초·간장·설탕·물을 1:1:1:1로 끓여 식힌 뒤, 껍질을 벗긴 통마늘을 담가 두고 일주일을 기다리면 됩니다. 그 뒤 한 달쯤 지나면 아삭하게 여문 장아찌가 됩니다.

다른 하나는 생마늘 쌈이에요. 햇마늘은 매움이 부드러워 그냥 통마늘을 반으로 쪼개 쌈에 얹어도 좋습니다. 된장 한 숟가락, 상추 한 장, 밥 한 숟가락, 그리고 햇마늘 한 쪽. 이 시기에만 가능한 단맛의 조합입니다.

반대로 햇마늘로는 즙을 내 오래 보관하거나, 진한 감칠맛이 필요한 요리에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건 묵은 저장 마늘이 하는 일이에요.

보관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햇마늘을 사 오면 많은 분들이 “어디에 놓아야 하나요?”를 묻습니다. 답은 생각보다 단순해요.

  • 그물망에 담아 그늘지고 통풍 잘 되는 곳에 — 껍질째 둔 통마늘은 여러 달 갑니다. 다만 갓 캔 햇마늘은 수분이 많으니 먼저 그늘에서 얼마간 말려 두세요. 습기가 차면 훨씬 짧아집니다.
  • 깐 마늘은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 한 알씩 깐 뒤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아 두면 1~2주. 용기 바닥에 키친타월을 깔면 3주까지 가기도 하지만, 밀폐 상태와 냉장고 온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 다진 마늘은 오래 두지 마세요 — 냉장에 두면 며칠 안에 향이 날아갑니다. 남으면 바로 얼리는 편이 낫습니다.
  • 더 오래 두고 싶으면 냉동 — 쪽으로 까서 얼리거나, 다진 마늘을 얼음틀에 소분해 얼리면 3개월 안팎. 길게 잡아도 6개월입니다.

냉장고 채소칸은 피하세요. 습도가 높아서 곰팡이가 잘 생깁니다.

햇마늘, 더 깊이 알아보기

햇마늘을 더 깊이 알고, 잘 먹기 위한 여섯 편의 가이드입니다.

닫으며

한 해의 첫 얼굴이라는 말이 좋아서, 저는 햇마늘이 올라오는 5월을 매년 기다립니다. 아직 매운맛을 완전히 배우지 못한 마늘. 땅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뿌리의 표정. 그 부드러움은 1년 중 이 몇 주만 가능한 것이어서요.

올해는 한 망 사서 반은 장아찌를 담그고, 반은 쌈에 얹어 드셔 보시기를.

— 쿡톡


이 글은 쿡톡의 5월 제철 이야기 글입니다. 고르는 법·보관·손질·영양·요리·비교 여섯 편의 가이드가 이 글과 함께 이어집니다.

음식, 그 너머의 이야기를 편지로

스팸 없이, 매주 금요일 편지 한 통만 보냅니다.

2026.04.29 — cooktalk

댓글

댓글 남기기

cooktalk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