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만나는 햇마늘 한 알은 이미 8개월의 겨울을 지나온 것이다. 9월 파종부터 5월 수확까지, 한 알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따라가는 글.
5월에 만나는 한 알은 이미 8개월의 겨울을 지나온 것이다.
5월 식탁에 오르는 햇마늘 한 알. 봄에 자라는 채소처럼 보이지만, 사실 햇마늘의 시간은 작년 가을부터 시작됩니다. 한 알이 만들어지는 데 약 8개월. 그 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 해의 흐름을 따라가 봅니다.
9월 — 종구 고르기와 파종
마늘 농사는 가을의 끝, 9월에서 10월 사이에 시작됩니다. 농부는 작년에 거둔 마늘 중 가장 단단하고 굵은 알을 골라 종구로 둡니다. 종구의 한 알이 그대로 다음 해의 한 통이 됩니다. 좋은 종구가 좋은 마늘의 첫 자리입니다.
밭은 약 2주 전에 갈아엎어 거름을 섞고, 두둑을 만들어 비닐을 덮습니다. 비닐은 잡초를 막고 겨울 추위에서 마늘을 지켜 주는 옷이 됩니다. 종구를 한 알씩 끼우는 작업은 여전히 손 작업, 트랙터로는 못 합니다. 한 평에 200~300알. 한 농가가 1000평을 짓는다면 30만 알을 손으로 끼워 넣어야 합니다.
11월 — 첫 잎과 첫 추위
파종 한 달 만에 흙 위로 가느다란 초록 잎이 오릅니다. 이때부터 11월 첫 추위가 옵니다. 마늘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뿌리를 내립니다. 너무 일찍 자라도, 너무 늦게 자라도 안 됩니다. 농부는 매일 새벽 밭을 살피며 잎의 색을 봅니다.
12월~2월 — 겨울잠
겨울이 오면 마늘은 잎을 거의 멈춥니다. 하지만 죽은 게 아닙니다. 비닐 아래 흙 속에서 뿌리만 천천히 깊어집니다. 이 겨울이 길수록, 추위가 정직할수록 — 5월의 매운맛은 더 진해집니다. 농부 사이에서는 추위가 약을 쓴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3월 — 봄의 첫 잎
3월 초, 비닐 사이로 두 번째 잎이 오릅니다. 이때부터 마늘은 빠르게 자랍니다. 잎이 5~6장이 되면 흙 속의 한 알도 함께 통이 되어 갑니다. 알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분구(分球 — 한 알의 마늘이 여러 쪽으로 갈라져 통이 되는 단계)의 시간입니다.
4월 — 마늘쫑
4월 말이면 마늘쫑이 올라옵니다. 마늘쫑은 마늘이 꽃을 피우려는 줄기. 그대로 두면 영양이 꽃으로 가서 알이 작아집니다. 농부는 마늘쫑을 모두 뽑아냅니다. 이렇게 뽑힌 마늘쫑이 시장에 나오는 마늘쫑 무침의 재료입니다. 4월의 짧은 별미입니다.
5월 — 수확
5월 중순에서 6월 초. 잎의 3분의 1이 누렇게 변하면 수확 신호입니다. 너무 일찍 캐면 알이 작고, 너무 늦으면 껍질이 갈라집니다. 농부는 매일 잎을 보며 그 결정의 하루를 기다립니다.
수확은 새벽에 시작됩니다. 햇볕이 강해지기 전에. 한 통씩 흙에서 들어 올려 줄기를 자르고 흙을 털고 — 그것이 햇마늘의 첫 모습입니다. 같은 날 안에 시장으로 가지 않으면 햇마늘의 자격이 없어집니다. 하루 이틀만 지나도 수확 직후의 단단함과 즙이 사라지기 시작하니까요.
5월의 한 알이 들고 있는 것
5월 시장에서 만나는 한 알. 그것은 8개월의 겨울과 추위, 농부의 새벽과 손길, 정확한 하루의 결정을 모두 들고 있는 한 알입니다. 햇마늘이라는 이름은 단지 새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시간이 응축된 한 알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다음에 시장에서 햇마늘을 보실 때, 한 통의 무게에서 그 시간이 얼마나 무거운지 한 번 손에 들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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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2 — c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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