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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그 너머의 이야기 — 땅이 짓고, 사람이 잇다
저녁이 낮게 내려앉는 마을 어귀. 다랑논 끝에 바람이 오래 머물고, 해가 기울면 집집마다 된장국 끓는 냄새가 낮게 번지는 곳. 허기라기보다, 오래 잊고 있던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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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전서 · 약고추장 — 고추장에 고기를 넣다
약고추장에는 고추와 메주 말고도 ‘고기’가 들어간다. 포육과 표고를 갈아 감칠맛을 입힌 별미 고추장 — ‘약’은 약재가 아니라 정성껏 귀하게 빚었다는 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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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전서 · 느르미 — 섞지 않아 어우러진다
여러 재료를 한 솥에 볶으면 섞이지만, 느르미는 섞지 않는다. 도라지·고기·버섯·박오가리를 각각 익혀 한 접시에 모아 저마다의 빛과 맛을 살린다 — 화양적과 한 계열의, 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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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밥 — 반찬은 그 안에 있다
밥엔 반찬이 따로 있어야 한다지만, 콩나물밥은 반찬을 따로 두지 않는다. 쌀에 콩나물을 얹어 짓고 양념장 한 술이면 밥·나물·간이 한 그릇에. 가장 흔한 채소로 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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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죽 — 초록빛은 내장에서 온다
귀한 상에 오르던 한 그릇. 전복죽의 초록빛이 어디서 오는지, 내장을 다루는 손끝의 차이를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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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전서 · 장 — 메주 하나에서 갈라진다
우리는 ‘장’을 한 가지로 뭉뚱그리지만, 『시의전서』는 한 항목에 간장·진장·즙장을 나란히 적는다. 모두 메주에서 출발해 콩과 때와 기다림에 따라 갈라진다 — 가장 더운 철엔 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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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전서 · 족편 — 끓여서 굳힌다
묵은 식혀 굳히고 국은 끓여 데우는데, 족편은 둘 다다. 『시의전서』는 쇠족을 고아 살을 추리고 실고추·석이·지단을 박아 차게 굳힌다 — 끓여서 굳힌, 불과 찬 기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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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 — 여름엔 곡식을 마셨다
우리는 끼니를 씹는 것으로 여기지만, 옛 여름엔 곡식을 마셨다. 『시의전서』의 미수 — 찹쌀 고두밥을 쪄 말려 볶아 곱게 갈아 두고 물에 타 마시는, 마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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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냉국 — 불을 쓰지 않는 국
국이라면 끓인 것을 떠올리지만, 오이냉국은 불을 한 번도 쓰지 않는다. 찬물에 간장·식초로 간해 오이채를 띄운 한 사발. 시의전서의 옛 오이 다루기(외무름탕·오이지)까지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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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전서 · 연계탕 — 인삼도 찹쌀도 없었다
삼복의 닭이라면 인삼과 찹쌀을 떠올리지만, 『시의전서』의 연계탕엔 둘 다 없다. 영계 살을 발라 파·미나리·양념에 가루즙으로 끓인, 복날의 맑고 부드러운 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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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전서 · 증편 — 시어야 부푼다
증편의 폭신한 구멍은 효모가 낸 숨이다. 『시의전서』는 멥쌀가루를 막걸리(탁주) 탄 반죽으로, ‘시큼하게 술맛이 흥건할 때까지’ 부풀려 찌는 한여름의 떡을 적는다. 쉬는 것과 익는 것의…